[뉴스토마토 한동인·박주용·유지웅 기자]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연임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이 대표 중심의 '일극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이 대표를 위한 대선 '탄탄대로'가 깔린 셈인데요. 이를 놓고 원조 친명(친이재명계)에서조차 이번 당헌·당규 개정이 이 대표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조 친명' 김영진 "불필요한 개정…취소 마땅"
1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비명계(비이재명계)는 물론 친명계에서도 당대표의 사퇴 시한 예외 조항 등을 담은 이번 당헌·당규 개정이 오히려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놨습니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인 7인회 소속의 '원조 친명' 김영진 의원은 통화에서 "불요불급한 일도 아니고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면 그때 의결해도 되는데 먼저 개정한 것은 큰 실익이 없다"며 "취소되는 게 맞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의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한 것을 직격한 겁니다.
당헌·당규 개정에 따라 이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고 대선 출마까지 사퇴 시점을 늦출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당직자가 부정부패에 연루됐을 경우 검찰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를 완전히 삭제했는데, 이는 배임·뇌물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최대 걸림돌이었습니다. 이 대표의 대권 가도를 위한 '맞춤용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김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를 통해 공정한 대선을 하자는 취지를 십수년간 지켜왔기 때문에 그 취지를 잘 지켜나가는 게 이 대표에게도, 민주당에도 필요한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우리 당이 2000년 이후에 당대표가 대부분 연임을 하지 않고 새롭게 준비하는 길을 가면서 당대표라는 공간을 통해 민주당의 지도자들이 새롭게 나왔다"며 "민주당의 (후보군들이) 풍부해지면서 그것을 통해 발전했는데 이 대표가 연임해서 얻는 부분들이 과연 크게 있을까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친문계(친문재인)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방선거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은 사실 대선가도에 소용이 없는데, 괜한 오해만 사고 있는 것"이라며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당헌 개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도 지난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지금 이런 오해를 살 일을 왜 하나, 이 대표가 연임된 그 때 가서 '지방선거가 앞에 있는데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나왔을 때 당내 합의를 통해 그때 고치면 되지. 미리 고쳐서 왜 미리 이런 오해를 받나"라며 "이 대표에 맞서 싸울 유력한 대권후보도 없어 보이는데 굳이 왜 이런 지적을 받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진들 잇단 '문제제기'…이재명 사실상 '묵살'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의 부족한 부분을 개정한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조항의 완결성이 부족하다"며 "예외조항은 국민의힘 당헌을 참고해서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체제의 의사결정 과정 문제도 드러났다고 비판합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4~5선 의원들 중심으로 당헌·당규 개정에 있어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이번 당헌·당규 개정이 이 대표의 일극체제 굳히기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당원권을 과하게 강화한 이번 조치는 옳지 않으며, 갑자기 없던 제도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어려움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여당도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번 당헌·당규 개정을 중국 황제 진시황이 책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생매장했던 '분서갱유'에 비유하며 "지난 총선에서 비명들을 '낙천의 무덤'으로 몰아넣었고, 탈법으로 당헌을 불사르고 1인 독재 체제를 완성하는 폭거가 한 치도 틀리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한동인·박주용·유지웅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