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부정선거·비난 여론에 은행권 임금 협상 난항
금융노조, 8.5% 임금 인상·4.5일제 도입 주장…사측 난색
2024-06-14 17:22:56 2024-06-17 08:01:40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금융권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임금인상률과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산별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는 8.5%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노조 지도부 교체에 따른 협상력 약화와 '이자 장사' 비난 여론을 의식한 사측의 반대 입장으로 협상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돈잔치' 비판 여론 여전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사협)는 지난 4월17일부터 산별중앙교섭을 시작했습니다. 산별교섭은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가 협의를 통해 정한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해당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산별교섭을 진행한 후 각 은행별 노사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임금인상률과 성과급을 결정합니다.
 
앞서 금융노조는임금인상률 8.5% 인상을 제시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2.1%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6%를 더한 후 2021~2023년 발생한 실질임금 저하를 감안해 3.8%를 추가한 값입니다.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임금 인상률로 협상을 이어왔던만큼 올해는 상승 폭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지난해 요구한 임금인상률 3.5%보다 5.0%포인트 높은 값입니다.
 
사측은 "금융산업의 평균 임금이 높은 편이고 전쟁 등 경기침체와 금융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8.5% 인상안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은행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이 여전하고, 은행권 고액연봉 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률 8.5%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문제 등으로 인해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 요구 규모는 지난해보다 커졌습니다. 8.5%는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인상 요구안입니다. 금융노조는 2021년 4.3%, 2022년 6.1%, 2023년 3.5% 임금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실제 타결된 임금인상률은 2021년 2.4%, 2022년 3.0%, 2023년 2.0%입니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임직원 평균 보수는 1억1600만원으로 2022년 1억1275만원과 비교해 2.9% 증가했습니다. 금융노조가 제시한 8.5% 인상 시 4대 은행 평균 연봉은 1억2586만원에 달합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이자수익이 큰 폭으로 늘었고 성과급 위주로 연봉이 상승했습니다. 지난 2022년 55조9000억원으로 상승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지난해 5.9% 오른 59조2000억원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이에 2022년 4대은행은 임직원에게 통상임금의 300% 규모 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그외 노동시간 단축 안건도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전망입니다. 금융노조는 금융권이 과거 주 5일제를 주도한 만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명분으로 주 4.5일제 도입에도 앞장서겠다는 구상입니다. 고객 불편은 일자리 확대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만, 인력 조정을 통해 경영 효율 제고를 꾀하고 있는 사측에서는 난색을 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새 지도부 꾸리는 금융노조
 
여론과 정치권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서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은행이 이자장사에 골몰하며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서민들이 이자 부담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자를 통해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이 과연 맞는지, 사회적 기여를 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 노릇'이라는 표현으로 은행권을 압박했습니다.
 
올해 초 마무리된 2023년 은행별 임금단체협상 결과 성과급 규모는 2022년 기록했던 통상임금의 300%대에서 200%대로 줄었습니다.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추정되지만 돈잔치라는 비판 여론을 불식하지는 못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은행의 서민금융 출연요율 상승을 다룬 은행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상생 강조와 은행권 이자장사·고액연봉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노조위원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갈등도 산별 교섭을 어렵게 하는 요소입니다. 금융노조위원장에 당선됐던 윤석구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위원장은 지난 5월21일 노조 중앙선거선관리위원회의 당선 무효 판결을 받았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윤 위원장 측이 금품 제공과 사측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고, 노조 선관위가 이를 신빙성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윤 위원장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당선 무효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윤석구 위원장이 신청한 가처분 결과는 기각됐습니다. 금사협 관계자는 "노조와 협의할 수 있는 대상이 애매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노조는 이달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금융노조 위원장 선출을 위한 재선거를 진행합니다. 후보로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윤석구 위원장과 경쟁했던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단독으로 나섭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대표자가 달라진다고 해도 원하는 바는 똑같기 때문에 협상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노조 위원장 부정선거 논란과 은행권 임금인상을 둘러싼 비난 여론에 임금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제2차 산별중앙교섭 (사진=금융노조)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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