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입장 발표를 마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전하기로 하면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선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원 전 장관이 친윤(친윤석열)계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이면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원 전 장관의 도전 외에도 여러 변수가 한 전 위원장의 대세론을 흔들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원 전 장관도 당권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당 안팎에선 여전히 '어대한' 분위기가 강하지만, 판세를 흔들 변수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응,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당대표 임기 문제 등은 전당대회 일정 내내 한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 전 위원장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당대회 판세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채상병·김건희' 특검…윤·한 관계설정 '분수령'
한 전 위원장은 우선 국민 관심사가 큰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대한 답변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선 기존 당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을 경우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에 걸릴 수 있는 반면, 애매한 답변을 할 경우 기존의 여의도 정치인과 다른 '소신 있는 인물'이라는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김 여사 관련 언급이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의 도화선이 된 것처럼 김 여사 의혹 등에 강한 입장을 보이면 대통령실과 친윤계와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온건한 입장을 보이면 대권 주자로서 위상과 당대표로서 공간 설정에 타격이 예상됩니다.
전반적으로 한 전 위원장이 일부러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지난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국면 때처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선에서 적당히 매듭짓는 발언을 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앞서 한 전 위원장 측이 윤 대통령과 통화 사실을 공개한 것도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을 불식시키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한 전 위원장에게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 문제도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따라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어느 정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 임기 중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답을 내놓을지도 관심입니다. 친윤계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이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대표 임기를 채우기 전에 자진 사퇴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비대위에 이어 자기 정치를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김기현 의원을 예방,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등판 최대 변수로…결선투표시 일대일 구도
후보 등록을 4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출마를 결심한 원 전 장관은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불출마가 유력했던 원 전 장관의 변화에 윤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 전 장관이 출마를 결심하며 처음으로 내놨던 메시지도 '당정일체'였습니다. 원 전 장관은 최근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 출마 결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한동훈 대세론을 저지할 변수로 꼽힙니다. 나 의원의 경우, 당 내부에서 비윤(비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인사지만, 그렇다고 친윤계와 완전히 척을 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친윤계와 비윤계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인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비교적 당내 계파의 영향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결국 친윤 후보 당선을 위해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결선투표제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 전 위원장 쪽은 대세론을 이어가 1차에서 승부를 끝내려 하고, 그와 껄끄러운 친윤계는 1차 투표에서 한 전 위원장의 과반 득표를 저지한 뒤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셈법을 하고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을 제외한 인물 1명이 결선투표에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친윤의 표심이 한쪽으로 모아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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