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우군'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매머드급 캠프를 구성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굳히기에 나섰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찐윤'(친윤석열계 핵심)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역전극을 노리고 있습니다. 나경원·윤상현 의원은 개인기 돌파를 택한 모습입니다.
자기 세력화 나선 한동훈…'윤 호위무사' 품은 원희룡
26일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당권주자들은 최고위원 후보들과 러닝메이트를 선언하며 진용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의 '최고위원 러닝메이트'는 장동혁(재선)·박정훈(초선) 의원이며, 청년 최고위원 러닝메이트는 초선 비례대표인 진종오 의원이 나섭니다.
원 전 장관은 최고위원 러닝메이트로 초선 비례대표 인요한 의원, 청년 최고위원으로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을 내세웠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용 전 의원도 함께합니다. 원외 인사인 원 전 장관과 한 전 위원장이 러닝메이트를 통해 당내 세력 다지기에 나섰다는 관측입니다.
당권 주자들이 3명의 최고위원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정하는 건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는 규정 때문인데요. '당권 흔들기'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 이준석 전 대표 체제 당시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면서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전례도 있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선 대표 본인을 제외하고 4명의 확실한 '측근'을 확보해야 합니다. 일반 최고위원 2명, 청년 최고위원 1명, 통상 대표 몫으로 돌아가는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더하면 이 요건이 충족됩니다.
반면 당내 중진인 나경원·윤상현 의원은 최고위원 러닝메이트 없이 대표 경선을 치를 예정입니다. 나 의원은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러닝메이트를 묻는 말에 "러닝메이트 정치는 너무 구시대적"이라며 "여의도 사투리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러닝메이트로 또 다른 줄 세우기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윤 의원도 "당헌·당규상 특정 후보를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못 밀게 돼 있다"며 '대표-최고위원 러닝메이트' 공식화는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따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7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 방식의 선거운동 등의 당헌·당규 위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엽니다.
현역 '최대 지지' 받는 어대한
현재 한동훈 캠프의 핵심은 4·10 총선 당시 '한동훈 비대위' 참여 인사입니다. 한 전 위원장 비서실장이던 김형동 의원을 비롯해 당시 사무총장 장동혁, 대변인 박정하, 비대위원 한지아 의원 등은 복수의 보좌진을 한 전 위원장 캠프에 파견했습니다.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없지만 '러닝메이트' 격인 최고위원 출마나 선거 캠프 보좌진 파견 등으로 물밑 조력에 나선 겁니다.
3선 송석준 의원과, 한때 '친윤'(친윤석열)계였던 배현진 의원도 동참합니다. 배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에서 조직부총장을 지냈지만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해 쓴소리하면서 친윤과 다소 멀어졌는데요. 특히 '찐윤'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각을 세웠습니다.
당내 반윤·친한 세력이 한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양새입니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 과정에서 직접 영입했던 김소희·김위상·우재준·유용원·정성국(초선) 의원 등은 보좌진을 파견했거나 파견할 예정입니다. '한동훈 비대위' 출신인 김예지(재선) 의원과 고동진·김상욱·박정훈·진종오(초선) 의원도 한 전 위원장의 우군입니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한 전 위원장은 17명에 달하는 현역 의원들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지지 의사를 밝힌 현역 의원이 30명 전후"라고 주장합니다.
다만 이 명단에 포함된 김위상 의원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공지를 내기도 했는데요. 김 의원은 "초선 비례 의원으로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며 당대표 당내 경선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전했습니다.
결집하는 친윤…반한 전선 구축
'한동훈 대 반한동훈'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원 전 장관은 한 전 위원장에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친윤 그룹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친윤계 인요한 의원(초선)을 필두로 '인요한 혁신위' 멤버와, 2021년 대선 경선 때 꾸린 친윤 모임 '희망오름포럼' 출신 의원과 의기투합하고 있는데요.
실제 인요한 의원과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설득으로 최고위원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민·구자근·정동만 의원 등 영남지역 초·재선 의원 상당수가 원 전 장관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용 전 의원이 원 전 장관을 후방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윤 표심'이 원 전 장관에게 기울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의 결정적 변수는 44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과, 책임당원 40%가 모여있는 보수 텃밭 대구·경북(TK)인데, 전자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후자에서는 원 전 장관이 앞서가는 모습입니다.
‘보수 정통성’을 강조하는 나경원 의원은 계파색이 없는 당내 최다선 조경태 의원(6선)을 중심으로, 당 중진 지지세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는 앞서 당내 최다선부터 차례로 만남을 이어왔는데요.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과 잇달아 만나며 중진 격인 광역단체장의 지원도 구하고 있습니다.
나 후보는 정양석 전 의원과 김민수·김예령 전 국민의힘 대변인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나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원내지도부를 구성했던 부대표단 의원 일부도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최근엔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이 상임고문으로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윤 후보는 안철수 의원 등 비윤 성향 인사를 대상으로 지지를 구하고 있습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수 전 의원이 캠프 총괄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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