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월급은 올랐는데 쓸 돈이 없다는 하소연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고물가 영향으로 인한 1분기 실질임금 감소 이후 2분기 첫 달을 알리는 4월 실질임금이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소폭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이마저도 근로일수 증가와 상여금, 성과급 등을 의미하는 '특별급여'가 반영된 요인입니다.
불안한 고용시장의 변동 폭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올해 3월부터 10만명대로 추락한 사업체 종사자 수 증가 폭은 지난달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경제 전반의 기업 심리도 밝지 않습니다. 보수적 응답 성향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대신 새롭게 완화한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로 기업경기를 종합 분석했으나 평균치를 밑도는 부정적 곡선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과제의 해결 방안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을 조만간 발표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임금 올랐다?…근로일 늘고 '특별급여' 효과
27일 고용노동부의 '5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4월 근로자 명목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의 1인당 실질임금은 339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1.4% 오른 데 그쳤습니다.
3%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에는 2.9%로 내려왔지만,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3%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월력 상 근로일수가 하루 늘어난 배경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이는 전년 4월보다 4.8시간(3.1%) 더 일했다는 얘기입니다. 더욱이 4월에는 특별급여도 반영됐습니다.
사업체 규모 등에 따른 임금 증가율을 보면 300인 이상 사업체는 8.1% 늘어난 반면, 300인 미만은 3.2% 증가에 불과했습니다. 특별급여가 300인 이상 사업체에 쏠린 탓입니다.
27일 고용노동부의 '5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4월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의 1인당 실질임금은 339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1.4% 오른데 그쳤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용시장 '불안', 3년2개월 만에 '최저'
지난해 10월부터 20만명대로 떨어진 사업체 종사자 수 증가 폭은 지난 3월(18만4000명)부터 3개월째 1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달 마지막 영업일 기준으로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는 16만2000명(0.8%) 증가에 그치는 등 3년2개월 만에 최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늘어난 근로자 형태도 임시일용직근로자가 4.2%(8만1000명)로 가장 높았습니다. 상용근로자는 6만9000명으로 0.4% 증가에 불과했습니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상용 300인 미만이 0.8%(13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300인 이상은 1.0%(3만2000명) 증가했습니다.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이 3.8%(8만8000명) 증가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2.1%(2만7000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1.5%(1만8000명) 순이었습니다.
반면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은 각각 1.8%, 1.1%, 0.6% 줄었습니다.
신규·경력 채용, 복직·전직 노동자 의미하는 입직자는 91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5%(2만4000명) 감소했습니다. 입직자 중 채용도 1.3%(1만2000명) 줄었습니다.
해고·휴업·사직·퇴직·휴직한 이직자는 0.5%(5000명) 증가했습니다. 이 중 비자발적 이직은 1.9%(1만명) 급증했습니다. 기업이 채용할 수 있는 '빈 일자리'는 9.8% 감소한 19만4000개로 넉 달 연속 줄었습니다.
27일 고용노동부의 '2024년 5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마지막 영업일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는 전년보다 16만2000명(0.8%) 증가에 그쳤다. (출처=고용노동부)
기업 심리 '비관적'…중기 전망 '암울'
기업들의 경기 심리도 평균 기준치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6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2.8포인트 상승한 95.7에 머물렀습니다.
3월(89.4)과 4월(91.3), 5월(92.9), 6월(95.7)에 이은 상승세이나 기준값 100을 밑돌고 있습니다.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치(2003년 1월 ~ 2023년 12월)에 비해 '낙관적'이며 작으면 '비관적'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이달부터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산출한 합성지수인 새로운 CBSI 지표를 반영했으나 여전히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전월보다 3.0포인트에 그친 97.4를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자금 사정과 업황이 각각 1.3포인트, 0.9포인트 오른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다음 달 전망은 95.1입니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이달 경제심리지수(ESI)는 0.9포인트 상승한 94.7에 그쳤습니다.
내달 중소기업의 경기전망지수(SBHI)도 부정적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4년 7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를 보면 내달 업황전망 경기전망은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한 78.0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 6월 조사에서 소폭 상승(79.2→79.4)한 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겁니다.
제조업은 전월보다 0.9포인트 하락한 83.3이며, 비제조업은 1.7포인트 떨어진 75.7로 조사됐습니다. 건설업(76.4)과 서비스업(75.6)은 각각 2.9포인트, 1.4포인트 하락 전망을 내놨습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품목 수출 호조세가 지되며 국내 수출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달러·원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유가 상승으로 인해 수입물가 부담은 유효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과제의 해결 방안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27일 한국은행의 '6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를 보면 이달 제조업의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한 97.4에 머물다. (출처=한국은행)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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