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도성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 "합병은 독…사표불사"
"올초엔 EC 승인 어려울 줄…이제라도 강한 대처할 것"
기업결합시 고용유지 의문 제기…3자 매각 추진 요구
화물사업 에어인천에 매각 반대…11일 집회 진행
2024-07-01 16:10:39 2024-07-01 16:10:39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뒤늦게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을 결사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화물사업 매각과 관련해서는 사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최도성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노조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최도성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이제라도 반대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4월부터 조종사노조위원장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최 위원장은 지금부터라도 기업결합 저지를 위해 제 역할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 일반노조는 지난달 25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결합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다소 늦은 대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2월 EC가 조건부 승인을 하면서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며 "이제는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EC의 조건부 승인 이후 노조 측은 대화를 위해 대한항공 측에 세 번 서류를 보내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상태입니다.
 
앞서 노조 측은 로펌과 접촉하며 대응책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일부 로펌에서는 기업결합이 수포로 돌아가면 조합이 소송을 당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언론 접촉 등을 자제하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은 반대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으나 기업결합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행동하기로 한 것입니다.
 
특히 노조 측은 대한항공과의 결합 시 고용불안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일반직의 경우 3분의1은 잘려나갈 것이라고 본다"며 "직접적인 해고는 어렵더라도 명예퇴직을 받거나 사이드로 보내서 결국엔 그만둘 수밖에 없도록 할 수도 있다. 과연 고용유지가 될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조종사들의 경우 대한항공이 유럽 주요 노선의 슬롯(항공기 이착륙 횟수)을 반납했기 때문에 만 60세 이상 조종사들의 촉탁이 줄거나 승급 지연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최 위원장은 "3자 매각으로 갈 때까지 아시아나항공이 버틸만한 재무적 여력이 있다"며 "현재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돈을 버는 회사가 됐다. 또 다른 인수자가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10대 기업에서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며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C가 내건 조건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을 위해 에어인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도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믿을 만한 회사가 인수할 줄 알고 기대했으나 장거리 경험도 없는 회사가 아시아나 화물을 가져가면 처우 개선도, 화주 확보도 어렵게 된다"며 "보잉747, 보잉767 화물기 조종사들의 조건부 퇴사 동의서 등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을 인수하게 되면 기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조종사들은 에어인천으로 가서 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노조 측은 현재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 조종사협회(ASAP)에 보낼 문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ASAP을 통해 기업결합 부작용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도 합병을 반대하는 서한을 보내 반대 여론을 형성할 예정입니다. 또한 노조는 오는 11일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진행합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일반노조는 물론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집회에 동참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도 변화가 없다면 노조 측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표도 동원할 방침입니다. 최 위원장은 "노조 집행부와 화물기 조종사들에게 사표라는 마지막 카드를 쓰자고 할 수도 있다"며 "기업결합 반대를 위해서는 다 같이 사표를 쓰는 것으로 여론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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