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뒤바뀐 SK이노-E&S 가치…합병비율 설득 관건
주관 섞인 비상장사와의 합병비율에 ‘암초’
EPS만 보면 1년새 SK이노 가치 급락 vs E&S 상승세
재작년 비해 SK이노에 합병 불리한 시점
“가치평가 어려운 비상장사 악용…자발적 MOM 필요”
2024-07-18 14:52:05 2024-07-18 18:12:43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SK이노베이션 합병에서 가치평가에 주관이 개입되는 비상장사(SK E&S)와의 합병비율이 합병승인 주주총회에서 최대 난관이 될 전망입니다. 주관을 뺀 주당순이익(EPS)만으로 가치평가 해도 1년새 상반된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시점상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필 SK이노베이션 저점에 합병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비율은 1대1.1917417로 정해졌습니다. SK이노베이션에 흡수되는 SK E&S 1주당 SK이노베이션 1.1917417주가 배정된다는 뜻입니다. 합병비율은 각사 기업가치를 근거로 정해졌습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통용되는 지표 중 하나는 EPS입니다. EPS로 기업가치 비율을 단순 산정하면, 작년 회계결산 기준 SK이노베이션 대 SK E&S 가치는 1대, 3.649입니다. 그런데 재작년엔 1대 0.954였습니다. 1년만에 반전된 흐름입니다.
 
EPS는 M&A 시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주주이익을 따집니다. 두 회사를 합쳤을 때 배당으로 가져갈 주주 이익을 가늠합니다. 그래서 합병 여부를 결정하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다만 비상장사와의 합병비율 산정 시 EPS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배당 취득 목적이 강한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주주 성향에 차이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EPS만 보면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한 흐름이 부각됩니다. 작년 EPS상으로는 현 합병비율은 SK이노베이션에 유리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재작년엔 정반대 결과였습니다. SK이노베이션 가치가 불과 1년만에 급락한 것입니다. SK E&S의 경우 순이익이 작년까지 증가세를 보여 가치평가가 유리해졌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정반대로 움직인 결과입니다.
 
전반적인 증시 상황도 근래 고금리 압박으로 주가 지수가 부진합니다. SK이노베이션도 3년내 최저가 언저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SK이노베이션 EPS가 올해 저점임을 지목했습니다. 이 전망치는 2026년에 당기순이익 3조원까지 내다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에 따른 재고가치 변동으로 정유업은 기복이 심한 편”이라며 “하지만 원유재고는 보존기간이 길고 현금화되기 전엔 실제 손실이 나는 게 아니라 이익을 크게 볼 때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도시가스나 발전업은 안정적 이익을 내지만 사업구역제한 등 규제가 있어 성장 기대치는 높지 않은 편”이라고 했습니다. SK E&S 역시 별도 상장을 추진하다가 결국 SK이노베이션 우회상장을 택한 게 그런 까닭 아니냐는 얘깁니다.
 
 
시가 없는 비상장사, 가치평가법 보니
 
객관적 시가가 정해져 있는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사는 시가가 없습니다. 따라서 양사 합병비율엔 주관이 섞입니다. SK이노베이션 가치는 가중산술평균 주가로 구했습니다. 이로 인한 합병가액은 주당 11만2396원입니다. 주가는 다수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정해진 시가라 비교적 객관적입니다. 그럼에도 근래 복합적 시장 요인으로 주가가 부진한 환경은 합병 시점에 대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불평을 삽니다. 국내 배터리 경쟁사들이 흑자전환한 반면, SK온 적자만 길어져 주가를 누른 데는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계산해 가중평균한 13만3947원(본질가치)이 합병가액으로 정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산가치도 재무적으로 조정 가능하지만, 수익가치는 회사가 회계법인 측에 추정이익을 제출하기 때문에 더욱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SK E&S의 자산가치는 8만2475원, 수익가치는 16만8262원으로 정해졌습니다. 현재 자산보다 미래 수익가치가 크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각 1대 1.5의 가중치를 부여해 합병가액이 산출됐습니다. 통상 수익가치에 비중을 더 두지만, 이는 상장사 입장에서 비상장사와의 합병을 꺼리는 이유입니다. 또한 비상장사의 합병가액을 정할 때 업종 평균을 구하는 상대가치는 이번에 빠졌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발전사 중 SK E&S의 실적이 가장 좋아 상대가치가 반영됐다면 합병가액은 낮춰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는 "3개 이상의 유사회사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불산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비상장회사 가치평가가 쉽지 않은 걸 악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주주 등 이해상충 있는 주주는 표결에 스스로 참여하지 않는 자발적 MOM(소수주주 다수결, Majority-of-the-minority Voting)이 필요하다”고 논평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는 소수주주 소송 때문에 자발적 MOM하는 게 관례”라며 “비상장사와 합병 시는 물론 상장 대 상장 합병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MOM은 회사의 특정 거래에 관해 이해관계가 있는 지배주주를 표결에서 배제시키는 제도입니다. 국내 현행 상법 제368조 제3항에서도 주주총회 결의에 관해 ‘특별이해관계’가 있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으나 특별이해관계 정의가 모호해 관례상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합병승인 주주총회는 8월27일 열립니다. 합병승인에 대한 주총 결의는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수와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수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이 과도하게 많아도 비용문제로 합병이 무산될 수 있습니다. 청구권 행사 가격은 주당 11만1943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주주확정 기준일은 8월1일이며 8월12일부터 26일까지 반대의사표시를 접수합니다. 주총 후 합병이 승인되면 8월27일부터 9월19일까지 청구권 행사기간이 부여됩니다.
 
이날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 에너지 사업의 성장기반을 만들고, 과감한 구조적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SK E&S와의 합병을 결정했다”며 “이번 합병은 향후 5~10년을 내다보고 추진했고, 양사의 역량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주를 설득했습니다. 이어 “양사는 올해 초부터 각 사 이사회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합병방안 등을 논의해 오다가 최종 결정에 이르게 됐다”면서 “양사는 합병 시너지를 최대한 만들어 내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8일 합병 관련 기자회견하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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