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AI 스타트업 인재 빨아들이기에 나섰습니다. 사실상 인재 흡수가 기술 유출로 이어지면서 미국과 유럽 경쟁당국은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스타트업 인재 채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채용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19일 IT매체 더 버지와 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챗봇 개발 스타트업 ‘인플렉션’ 인수에 대한 1차 합병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MS는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무스타파 슐레이만을 AI 사업 부문의 최고 책임자로 영입했는데, 그는 인플렉션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MS가 슐레이만을 영입하면서 인플렉션의 AI 직원 70명도 함께 고용했습니다.
CMA는 슐레이만 영입과 동시에 진행됐던 인플렉션 직원 고용이 사실상 MS가 반독점 심사를 피하고자 했던 것은 아닌지 들여다 볼 예정입니다. CMA는 오는 9월까지 1단계 조사를 마무리하고, 2단계 진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빅테크가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 AI 스타트업을 직접적으로 인수하지 않고, 대신 인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우회적으로 빼가면서 반독점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레드몬드 캠퍼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규제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빅테크의 눈치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IT기업들도 AI 인재 유치를 위한 방법 모색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내 대표 테크 기업인 네이버(
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는 벤처캐피탈(VC)을 통해 AI 분야 스타트업 등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해외 스타트업 인수에는 현재로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네이버가 최근 진행한 AI 스타트업 인수는, △2017년 AI 챗봇 모델링 스타트업 컴퍼니AI △2019년 스노우가 인수한 음악 추천 버즈뮤직 △2020년 네이버웹툰에 인수된 컴퓨터 비전 분야 AI 스타트업 비닷두(V.do)가 전부입니다. 카카오는 인수한 AI 스타트업이 없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S, 아마존 등과 같이 거대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 국내 IT기업들의 투자 자금력을 따져봤을 때 몸값이 높은 AI 스타트업 인수는 쉽지 않다”면서 “더군다나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은 스타트업을 인수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사 생성형AI가 고도화로 발전되어 있지만 국내는 아직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투자와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기술 개발에 힘쓰는 투 트랙 전략을 가져가야 AI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이 AI 기업 인수와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투자와 동시에 자체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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