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증액 속속 합의…분양 수요도 살아난다
잠실진주·고척4구역·행당7구역 공사비 인상
2024-08-02 16:21:02 2024-08-02 17:26:4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최근 서울·수도권에서 공사비 증액에 합의하는 주요 정비사업장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빠른 사업 재개를 통해 분양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이익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최근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공사비를 3.3㎡당 666만원에서 811만5000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최초 계약한 공사비는 3.3㎡당 510만원이었지만 시공단은 설계 변경, 마감재 상향, 물가 상승, 금융 비용을 이유로 공사비를 3.3㎡당 889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조합에 요구했고, 서울시 중재를 거쳐 지난달 16일 조합원 총회에서 상승 폭을 조정한 합의안이 의결됐습니다. 일반분양은 이르면 오는 9월 진행될 예정입니다.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청담르엘)의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갈등을 이어가다 3.3㎡당  794만7000원으로 공사비를 정했습니다. '청담르엘' 조합과 시공사 롯데건설은 공사비를 기존 3726억원에서 5909억원으로 올리는 계약을 맺었지만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공사비를 재검증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롯데건설은 지난 6월 공사 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을 게시하며 향후 90일 간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9월1일부터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으며, 조합이 공사비 증액 원안을 받아들이고, 롯데건설은 추가 공사비 청구를 최소화하기로 하면서 최종 합의를 마쳤습니다. '청담 르엘'은 오는 9월 일반 분양을 계획 중입니다.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조합도 지난달 초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공사비를 3.3㎡당 7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2020년 3월 시공단과 조합은 평당 447만원에 도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시공단은 도급계약 이후 원자잿값과 인건비 급등 등을 이유로 3.3㎡당 713만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6월부터 1년여간 증액 협상을 벌인 끝에 시공단과 조합은 최근 공사비 증액에 합의했으며, 올해 하반기 중 일반 분양에 나설 예정입니다.
 
(표=뉴스토마토)
 
서울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인 은평구 대조1구역도 갈등을 봉합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대조1구역은 집행부 부재와 공사비 미지급 등의 문제로 지난 1월1일부로 공사가 전면 중단된 바 있습니다. 서대문구 홍제3구역은 재건축 조합은 현대건설과 1년여 간의 줄다리기 끝에 3.3㎡당 공사비를 기존 512만원에서 784만원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총 공사비는 기존 1680억원에서 2700억원 수준으로 1000억원가량 인상됐습니다. 
 
성동구 행당7구역 조합도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공사비 인상에 합의했는데요. 공사비는 3.3㎡당 543만원에서 618만원으로 올랐습니다. 당초 대우건설은 공사비 총 526억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사비 검증을 거쳐 요청액의 53%인 282억원 증액으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신반포22차는 3.3㎡당 공사비로 1300만원을 책정했습니다. 기존 569만원에서 2배 이상 상향한 금액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 조합도 217억원을 증액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오르는 집값·건설사 선별 수주에 기조 변화 
 
공사비 인상에 반발하던 조합들이 시공사의 공사비 상승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지체하는 대신 아파트 매수 수요가 있을 때 공사비를 올려주고 분양을 진행하는 것이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기존 계약을 해지하거나 선별 수주에 나서 대체 시공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역시 증액 합의를 이끄는데 주효하게 작용했습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다섯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8% 상승하며 19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전국 매매가 상승 폭은 전주보다 0.01%포인트 오른 0.07%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 수요가 살아나는 분위기인데요.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청약 결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7월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47대 1로 나타났으며, 특히 서울은 148.87대 1에 달했습니다. 수도권은 역시 22.47대 1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공사비 단가가 현실적으로 많이 인상했기 때문에 발주처 입장에서도 공사비를 인상해 줄 수밖에 없다"면서 "서로 법적 분쟁으로 가면 공사 기간이 길어져서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송보다는 원만한 합의를 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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