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미국 대선을 100여일 앞둔 가운데 재계가 미 대선 향방에 따른 전략을 모색 중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2차 전지, 자동차 등 업종별 관련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평가입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또는 민주당, 어느 쪽이 집권하든 정책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중장기 사업 전략을 개편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2024년 대통령선거 정강'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정책에서 양 당간 큰 온도차를 보였다면서, 정부와 경제계가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해리스 미국 부통령.(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은 대표적으로 법인세 인상 여부와 친환경 에너지 확대 정책, 대중국 정책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법인세 인상·인하 여부는 국내 기업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현행 21%의 법인세율이 내년 말 일몰 예정인 가운데 미국 민주당은 법인세율을 28%까지 높일 것이라 정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정강 상 구체적인 수치 제시 없이 포괄적인 감세 의지만을 공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15%까지 감세를 목표로, 최소한 20%까지 낮추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기조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로 꼽힙니다. 민주당은 '청정에너지 확대, 석유 지배력 축소'를 모토로 청정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 미국산 저탄소 자재 사용 의무화 등 환경 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반면 공화당은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모든 에너지 생산 증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규제를 전면 해제하면서 원전에 대한 규제도 완화할 방침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에 대한 공화당 정강 상 직접적 언급은 없습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관련 의무 조치 무효화를 언급한 만큼 전기차 육성 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경협 관계자는 "IRA 보조금의 완전한 철폐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로, 의회 선거 결과도 함께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정강 상 대중국 정책에 대한 강경 기조를 채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만, 세부 전략을 보면 민주당은 '위험 완화' 노선을 통한 대중 관계의 안정성 유지를, 공화당은 '중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을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핵심광물, 철강,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대중제재를 확실히 하되, '완전한 분리' 대신, 필요시 새로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반면 공화당은 최혜국대우 지위 철회, 중국산 필수 재화(전자제품, 철강, 의약품) 수입 단계적 중단, 중국인의 미 부동산 및 기업(산업) 구매 금지,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등 무역·투자 분야에서 강력한 제재의사를 밝혔습니다.
한경협 관계자는 "첨단기술, 필수 재화 관련 미국 진출 기업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양당이 모두 강조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그 양상이 매우 대조적"이라며 "반도체, 2차 전지업체, 자동차 등 업종별은 물론 각 기업 단위에서 맞춤형 준비가 필요하고 미국 내 투자가 많이 이뤄진 부문에 있어서는 정책변화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대응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어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한국기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우리 기업들의 의견을 차기 정부에 전달할 수 있도록 경제계와 정부가 공조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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