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그동안 대부분의 로봇은 단순 기계적 반복 기능, 정형화된 업무에 국한된 독립형 제조장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과 융합해 로봇의 지능화 수준이 고도화되면서 로봇은 스스로 판단, 제어, 작동하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까지 활용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라는 두뇌를 장착해 점점 사람을 닮아가는 AI 로봇이 등장하고 있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로봇의 성장성을 보고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미래 주요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지자체·산학을 아우르는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계 AI 로봇 시장 규모.(그래픽=뉴스토마토)
14일 시장조사업체 스카이퀘스트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세계 AI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5억8000만달러(19조8000억원)에서 2031년 692억4000만달러(94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AI는 로봇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습니다. 과거엔 로봇을 움직이려면 일일이 프로그래밍을 해야 했습니다.
로봇과 생성형 AI의 만남은 사람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다양한 업무을 할 수 있게 됐죠. 이에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 로봇부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까지 생명체를 닮아가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학습량도 풍부해집니다.
삼성전자 가정용 로봇 '볼리(Ballie)'.(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 초 공개한 AI 로봇 '볼리'에 대형언어모델(LLM)'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LLM은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언어의 구조와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언어 고나련 작업을 수행할 수 이 있는 모델입니다. 볼리에 적용되면 고객들은 일상 언어로 AI 가전과 소통할 수 있죠.
LG전자는 지난 6월 구글의 최신 생성형 AI인 '제미나이'를 적용한 서비스 로봇 '클로이'를 공개했습니다. LG전자의 로봇에 생성형 AI가 탑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기존 클로이는 사전에 입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리 등록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이 한정적이었습니다. 이제는 고객과 대화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사 질문을 스스로 생성하고 돌발 질문에도 자연스러운 답변이 가능해졌습니다.
인간의 모습을 띤 휴머노이드 로봇은 겉모습뿐 아니라 두뇌까지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1'에는 오픈AI와 마이크로스포트(MS)의 AI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테이블 위의 물체를 식별하고 사람의 명령에 스스로 판단해 행동합니다.
피규어AI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사진=피규어AI)
테슬라 역시 지난해 12월 AI 기반의 옵티머스 2세대 모델을 선보였고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신형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 챗GPT와 같은 AI 및 LLM 탑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자동차 회사가 로봇 개발에 나선 건 로봇 기술을 통해 보다 뛰어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로봇은 각각의 부품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주변의 상황 변화 등을 즉각 감지해야 하는데 자율주행차가 추구하는 알고리즘과 같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시스템 자체가 로봇에 들어가는 시스템이 100% 동일하다"며 "자동차 업계에 미래 먹을거리로 떠오를 것이 로봇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계 최고의 기술은 보스턴다이내믹스지만 상용 모델은 아직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며 "상용화 노하우를 가진 현대차와 로봇 기술을 융합한다면 가장 먼저 상용 모델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 AI 로봇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산업용 협동 로봇에 집중하고 있죠. 그 외엔 삼성전자가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2022년 유압 구동식 이족보행 로봇 '라이트(LIGHT)'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조웅환 산업통상자원부 기계로봇항공과장은 "제조업분야에서 로봇 사용은 세계 1위이지만 핵심 부품 등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성장세가 유망한 서비스 로봇의 보급은 기대보다 낮은 상황"이라며 "지능형 로봇법을 전면 개정해 로봇 부품, 소프트웨어(SW) 등 로봇 공급망 전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로봇 친화적 인프라 기반 구축을 적극 추진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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