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북핵 대응' 한·미 훈련…전례 없는 '즉·강·끝'
야외기동훈련 48회 대폭 늘려…미 주요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을지 '국무회의·NSC' 주재…윤 대통령 "반국가세력 사회 곳곳 암약"
2024-08-19 17:17:04 2024-08-20 18:02:18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 양국 군이 19일 0시1분부터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핵 공격 상황을 가정한 첫 훈련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은 향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전례가 없는 '즉·강·끝'(즉각·강력히·끝까지) 응징 대비태세를 갖췄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위협을 "전 세계에서 가장 무모하고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하며 '국가 총력전 태세'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오는 29일까지 진행될 UFS 연습은 전면 남침에 대비한 지휘소 연습(CPX)과 연합 기동훈련 등으로 구성됩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UFS 연습과 연계해 22일까지 나흘간 국가 비상대비태세 확립을 위한 전국 단위 을지 연습이 진행됩니다. 여기에도 핵 공격 대비 훈련을 추가했습니다.
 
광복절 이어 정부 비판세력에…또 '적대적 메시지'
 
윤 대통령은 UFS 연습이 시작된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서 북한을 겨냥해 "정규전, 비정규전, 사이버전은 물론, 가짜뉴스를 활용한 여론전과 심리전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전쟁의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군과 민간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힘을 모으는 국가 총력전 태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국무회의 전엔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유포, 사이버 공격과 같은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각 부처와 군 당국을 향해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해,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 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다. 이러한 혼란과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검은 선동세력'을 언급한 데 이어 이날 또다시 '반국가세력'을 거론하며 야당을 겨냥한 적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에선 북한을 '공산전체주의' 체제로 비난하면서, 이러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이 한국 내에 존재한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정부 비판이 일부 세력의 선동 탓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겁니다. UFS 연습을 계기로 북한·야당과의 대립을 한층 더 격화시키며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특히 이번에는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대폭 확대해 시행할 예정"이라며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하고 한·미 동맹의 위용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올해는 지상·해상·공중에서 실기동·사격훈련 등 연합 야외기동훈련이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야외기동훈련은 지난해 38회에서 올해는 총 48회로 10회 늘었고, 여단급 훈련은 4회에서 17회로 대폭 확대됐습니다. 전체 참가 병력은 약 1만9000명으로 예년과 유사합니다.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실시된 1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 "침략전쟁 연습" 반발…최악 치닫는 '한반도' 
 
UFS 연습은 1부(19~23일)와 2부(26~29일)로 나눠 실시합니다. 1부는 군사연습과 정부연습(을지연습)을 연계해 진행되는데, 정부 차원의 연습에서는 북한의 핵 공격 상황을 가정한 방어 훈련을 하게 됩니다. 2부는 군의 단독 연습입니다. 이 기간에는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의 일환으로 미국의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훈련에서 지상·해상·공중·사이버·우주자산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한 '다영역 작전'을 시행하게 됩니다.
 
역대급 규모로 훈련이 진행되는 만큼 북한의 반발도 이어졌습니다.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는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공보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공격적이며 도발적인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비판하며 UFS 연습을 빌미로 향후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현재 남북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4일 남북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전면 정지시키면서 남북 간 최소한의 '안전핀'이 뽑힌 상태입니다. 이를 통해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모든 전선에서 시작하면서 남북은 오물풍선 살포→대북확성기 방송→오물풍선 살포를 거듭했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자유의 가치를 북녘으로 확장하고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북한의 체제 변화를 공언, 사실상 흡수통일론을 공식화했습니다. 북한과의 교감이 없는 일방적 구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북한과의 갈등만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간에 흡수통일하겠다고 하면서 대화협의체를 제안하고, 또 대화협의체를 제안한 상태에서 북한을 비판하는 것은 전략의 부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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