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이진하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역대 사상 최고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습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의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이 고작 20%대에 머물렀기 때문인데요. 17개 시·도 가운데 호남의 투표율은 하위권 수준이었습니다. 일각에선 소수의 강성 지지층이 주도한 결과로, '그들만의 잔치'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텃밭' 호남 투표율…'대구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2년 전 자신의 득표율(77.7%)을 넘어 85.4%로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이 대표의 최종 득표율은 민주당 계열 대선·당대표 경선 역사상 최고치입니다.
다만 당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 온라인 권리당원 투표는 전국 평균을 밑도는 수준입니다. 전당대회 기간 이 대표는 17개 지역 순회 경선에서 대세론을 보였지만, 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모두 20%대를 기록했는데요. 지역별로 살펴보면 광주 25.29%, 전북 23.29%, 전남 23.17%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인 대구(52.23%)에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민주당의 또 다른 텃밭인 제주도 권리당원의 온라인 투표율이 18.39%를 기록해 저조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각에선 당 대표 경선이 큰 변수 없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흘러가면서 관심도가 떨어진 것이 영향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또 일부는 당 안팎에서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작이 존재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 대표 외에 다른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투표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는 지적입니다.
개딸에 좌표 찍힌 정봉주 탈락 '최대 이변'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대 이변으로 꼽힌 것은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의 탈락입니다. 초반 선두를 달리던 정 후보는 전대 중반부 불거진 '명팔이(이재명 팔이)' 논란으로 이 대표의 강경 지지자들과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정 후보의 득표율은 급격히 하락했고, 최종 집계에서 11.7%로 당선권인 5위 밖에서 밀려난 6위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강성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는데요. 먼저 전현희 후보는 전대 막판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권익위 고위 간부가 사망한 것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살인자"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고, 최종 2위(15.8%)로 당선됐습니다. 일각에선 강경 발언이 지지층 표를 결집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서울에서 지역구 활동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는 평가로 엇갈립니다.
김병주 후보도 지난달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논평으로 '한·미·일 동맹' 표현을 문제 삼으면서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란 발언을 했는데요. 김 후보도 최종 득표율에서 13.0%를 기록해 4위에 올랐습니다. 이에 일각에선 강성 발언을 통해 현재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 영향을 줬다고 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논란의 중심에 선 정봉주 후보는 초반 높은 지지율과 정반대의 결과로 탈락했고, 상임위 등 국회에서 강성 발언으로 주목받은 전현희·김병주 후보가 상위권에 올라서며 지도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명심이 가른 최고위원들…첫날부터 '강경' 발언
대여 투쟁을 전면에 내건 인사들이 포진된 민주당 지도부의 첫 최고위원회의 일성도 '친일'로 향하는 윤석열정부를 향한 일갈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17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KBS에 출연해 '일본의 마음' 발언에 대해 윤석열정부가 '충일(일본에 충성) 정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수십 차례에 걸쳐 공식적 사과를 했고, 피로감이 많이 쌓여있다고 두둔했다"며 "윤석열정권은 요설을 늘어놓고 역사적 기억까지 왜곡하려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친일을 넘어 충일하는 윤석열정권,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한 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일갈했습니다.
이날 민주당은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각각 3선의 김윤덕 의원과 진성준 의원을 유임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이 대표가 해당 직책에 임명했던 의원들입니다. 또 진 의원은 '금투세 폐지'를 반대해 왔던 인물인데요. '이재명 2기 체제'에서 금투세를 놓고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박주용·이진하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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