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속전속결로 양자 회담을 성사하며 협치 물꼬를 텄습니다. '지구당 부활'을 제외하면 양측은 각자 강조하는 의제도, 현안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큰데요. 단연 뇌관은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양당 대표 모두 '민생 정치'라는 깃발을 들었지만, 신경전은 불가피합니다.
민주 "제보공작 의혹 포함"…코너 몰린 한동훈
민주당은 20일 회담의 주요 의제인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대여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언급한 '제3자 추천 방식'을 받겠다고 한 데 이어 '제보 공작' 의혹을 수사 대상에 넣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발의에 조건을 덧붙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여당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재차 연출하면서, 한 대표에겐 빠져나갈 틈이 사라진 모양새입니다.
같은 날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주당이 제3자 특검법도 받겠다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 같다. 대법원장인지 또 다른 기관인지 정리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실장은 오는 26일까지 채상병 특검법을 내라는 민주당의 요구엔 "날짜를 정해놓고 발의해야 하는 건 이상하다"며 "의원들을 만나면서 의견을 수렴 중인데, 그 결과에 맞춰 정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이 제시한 채상병 특검법, 25만원 지원금법(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 지구당 부활 등 회담 의제에 대해선 "다 받아들여서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한 대표가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을 내기는 쉽지 않은데요.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특검 자체를 반대하는 데다,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특검은 고려 대상이 아니란 의견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에 채상병 특검법이 회담 테이블에 오르더라도,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특검의 수사 범위'가 가장 민감한 부분인데요. 민주당은 3번째 특검법을 발의할 때 수사 대상 항목에 '김건희 여사'를 명시했습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과 연계해, 범위를 김 여사까지 넓힌 겁니다.
구명 로비 의혹을 규명해야 수사 외압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이 물러설 수 없는 대목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은 이미 '수용 불가'로 선을 그은 상태라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구당 부활 '일치'…금투세·종부세·상속세·25만원 '접점'
유일하게 이견이 없는 현안은 '지구당 부활'입니다. 한동훈 대표가 당대표 출마 전부터 의제로 띄웠고, 이재명 대표 역시 경선 과정에서 공언한 내용인데요. 이 대표는 지난 18일 전당대회 후 기자회견에서 "의견 차이가 큰 부분은 미루더라도 한 대표가 약속했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지구당 부활' 문제라도 우선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필두로 종합부동산세 완화, 상속세 개편 등 세제 관련 논의를 의제로 올리자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금투세 완화', '1주택 종부세 완화', '상속세 일괄공제액 상향' 등 감세 의지를 끊임없이 내비치면서 양당 대표 간 입장은 상당히 좁혀졌습니다. 또 압도적 득표율로 연임하게 된 만큼, 이 대표 의견이 공식 당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두고서도 협치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이 대표는 선별·차등 지원이 모두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는데요. 결국 이번 회담은 두 대표의 정치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대통령실이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을 거부하면서, 여야 지도부는 이 회담에서 정국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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