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행 키우는 ‘유증 전 최대주주 블록딜’
"책임경영보단 주담대 선제 대응 성격"
2024-08-23 15:32:17 2024-08-26 09:03:53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상장기업의 공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보유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최대주주의 유증 참여를 위한 지분 매각입니다. 그러나 유증 참여를 위한 최대주주의 블록딜이 오히려 해당 기업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를 키우고 주가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증과 동반되는 최대주주 지분 블록딜 왜?
 
이오플로우 유상증자 공고. (사진=이오플로우 홈페이지 캡처)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오플로우(294090)는 약 82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이번 유증에서 30% 가량 청약에 참여할 것으로 계획입니다. 다만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주식 일부를 블록딜 또는 장내매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 공모시장에서 유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상장기업들을 보면, 최대주주의 블록딜이 동반되고 있는 곳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전날까지 금감원에 유상증자 지분증권을 공시한 상장기업 8곳(출자전환 등 3자배정 제외)의 증권신고서를 보면 펩트론(087010), 이오플로우(294090) 등의 상장사는 유증이 완료되기 전 최대주주의 블록딜 매매가 예정됐습니다. 이밖에 앞서 유상증자를 진행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288330)스 클리노믹스(352770)에코앤드림(101360), 유틸렉스(263050) 등도 최대주주의 블록딜 매매가 동반됐습니다.
 
상장사들의 최대주주 블록딜 매매 목적은 모두 유상증자 청약참여 자금 마련입니다. 이오플로우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김재진 대표는 유상증자 청약자금 마련을 위해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검토하거나 신주인수권증서 상장일 전일까지 보유주식 일부를 블록딜 또는 장내매도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매각 예정 주식은 최대 보유주식(297만6583주)의 10.8%(30만주) 수준입니다.
 
기업들은 최대주주의 블록딜이 유증 참여를 통한 책임경영 및 기업가치 제고의 일환이라고 설명합니다.상장사들이 유증을 통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최대주주가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최대주주의 유증 참여는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소탐대실…블록딜 후 유증참여
 
시장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의 유증참여를 위한 블록딜이 오히려 오버행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블록딜의 매매 가격이 주가 대비 저렴한 수준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유증의 경우 새로운 신주가 발행되는 만큼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은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유증 발행가는 기준가 대비 높은 할인율을 제공합니다. 현재 증권신고서를 발행하고 유증 절차를 진행 중인 8개 상장사 역시 기준가 대비 25%의 할인율을 제공했습니다.
 
결국 블록딜 자체가 성립하기 위해선 매매가격 역시 유증 할인율을 고려해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블록딜 인수자 입장에서는 할인된 신주가 시장에 풀리기 전에 매도하는 것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7월 공모 유증을 진행한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는 지난 16일 주당 2006원에 블록딜 거래를 완료했는데요. 거래 당일 종가(2360원) 기준 수익률은 17.65%입니다. 브릿지바이오는 블록딜 매매 다음날 13.56% 급락했습니다. 
 
블록딜을 통해 매도하는 최대주주 물량이 유증 청약을 통해 인수하는 주식수를 넘어선다는 점도 오버행 우려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실제 현재 유증 절차를 밟고 있는 펩트론, 이오플로우 등을 비롯해 브릿지바이오 클리노믹스, 에코앤드림 등은 블록딜 물량을 청약 참여 예정 물량보다 크게 잡았습니다.
 
책임경영은 좋은 핑계…최대주주 주담대 주목
 
전문가들은 최대주주가 블록딜을 통해 유증 자금을 마련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유증 참여를 위해 주식을 블록딜로 팔았지만, 결국 그 물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최대주주는 블록딜 후 할인된 신주를 인수할 수 있겠지만, 대주주 양도세와 매매가격 감가까지 생각한다면 많은 물량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증과 함께 블록딜이 이뤄지는 상장기업 대주주들의 지분공시를 잘 볼 필요가 있다”면서 “책임경영보단 주식담보대출의 연장이나 유증 후 반대매매 등을 우려한 선제 대응일 가능성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상장기업의 유상증자 청약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매도하는 최대주주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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