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연간 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에 첫 진출한 한화오션에 저가 수주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의 현재 수상함 야드가 비어있는 만큼 입찰가를 싸게 불렀다는 의견입니다. 이같은 논란에 한화오션은 사실과 다르다며 적정 이익을 확보한 가격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해명 중입니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주 4만톤(t) 규모의 미 해군 군수지원함에 대한 MRO를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의 함정정비 시장에 첫 발을 떼면서 한화오션은 향후 글로벌 방산 수출 확대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군수지원함의 창정비 사업 수주가 수익성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 중인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MRO 사업 특성상 동일한 배라도 정비 항목과 범위에 따라 발생되는 비용도 천차만별로 다르다"며 "이번 한화오션 MRO 사업 수주는 2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는데 특수선 건조 도크가 차 있는 상황이었다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화오션의 경우 함정 MRO가 처음이며 미 해군이 해당 함정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 알지 못해 실사없이 자료로만 견적을 접수했다"며 "사업입찰 전 해당 함정 실사를 통해 미리 구체적인 정비 범위와 사양을 검토했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번 미 해군 MRO 사업엔 국내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수주 호황으로 인해 특수선 야드가 가득 차 있어 4만t급의 대형 군수지원함 MRO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한화오션보다 높은 수주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HD현대중공업이 이번 미 함정 MRO 사업에 발을 빼면서 한화오션이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는 설명입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특수선 야드 가동 현황 및 도크 가용 일정 등을 고려해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미 해군의 노후 함정 증가로 인해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생산설비 가용 시점 및 수익성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 본격 참여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해군성 카를로스 델 토로(Carlos Del Toro) 장관이 지난 2월 한화오션을 방문해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함정 건조 현장과 MRO 역량을 확인하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저가 수주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번 군수지원함 MRO 사업 입찰은 미 해군측에서 예산을 정해 놓고 입찰을 낸 것이 아니란 이유입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미 함정 MRO 사업은 입찰에 참가를 희망하는 조선소마다 원하는 입찰 금액을 적어내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한화오션은 충분한 사전 준비로 비용에 대한 견적을 수행한 데다가 적정 이익을 확보한 계약가로 합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더군다나 올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이번 MRO 사업의 첫 단추를 잘 끼워 수주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연간 약 80조원 이상 예상되는 글로벌 함정 MRO 시장에서 이번 미해군 정비 사업 진출은 새로운 도약의 큰 발판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철저한 사전 준비와 조사, 분석을 진행해 왔으며 이를 통해 적기에 좋은 품질의 창정비를 제공함으로써 미해군과의 신뢰를 쌓고 적정수익도 확보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저가 수주 의혹을 전면 부정했습니다.
한편, 한화오션 내부에서도 이번 미 함정 MRO 수주와 관련한 반응이 엇갈리는 중입니다. 직장인커뮤니티 블라인드 한화오션 내부 게시판을 보면 이번 군수지원함 MRO 사업 소식에 대한 '처음에 적자로 받으면 계속 적자로 받는다', '자선단체도 아니고 이익을 내야지'라는 등의 임직원 댓글이 달렸습니다.
반면 '적자라도 우선 받는 게 중요한 거 아니냐', '방산은 경제적 관점보다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군수지원함 MRO 사업은 미국입장에서는 한화오션의 공사 수행능력을 가늠해보는 미터기가 될 것'이라는 등의 의견도 나옵니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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