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참여연대로부터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이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감사원이 표적·정치 감사를 일삼는다는 겁니다. 참여연대는 감사위원 임명 절차를 개선하고 의결범위를 구체화하는 등 감사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윤석열정부 2년 감사원 보고서’ 발간 기자브리핑을 열고 “윤석열정부 감사원은 지난 2년간 노골적인 표적·정치 감사로 역대 정부 중 감사권 남용과 독립성 논란을 가장 많이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서 감사원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한 건 정권을 떠나 중립적으로 행정부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라는 취지”라며 “감사원이 정권 입맛에 맞춰 특정기관과 인사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한다면, 감사원 본연의 기능은 무너지고 권력 부패와 권한 남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참여연대가 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감사원 보고서’ 발간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참여연대가 발간한 보고서에는 윤석열정부에서 행해진 표적·정치 감사와 짜맞추기 감사, 지연·무마 감사 사례들이 담겼습니다. 참여연대는 감사원의 주요 표적·정치 감사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감사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방통위 정기감사 △한국방송공사의 위법·부당행위 관련 국민감사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방만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관련 국민감사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직무감찰 △주요 국가통계 작성과 활용실태 감사를 꼽았습니다.
또 짜맞추기 감사 사례로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 감사가 거론됐습니다. 윤석열정부에 불리할 경우 감사가 무마된 사례로는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의혹 국민감사가 꼽혔습니다.
“무차별 디지털 포렌식에 외부 통제 필요”
참여연대는 문제로 지적한 감사 사례는 감사원이 감사위원회 의결도 없이 감사에 착수하거나, 자의적인 국민감사 청구를 심사하고 결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을 제한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인 허점도 비판 대상이 됐습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포렌식을 진행하지만 감사원은 내부 훈령에 근거해 퇴직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 포렌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외부 통제를 강화하고 감사의 엄격한 기준과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오른쪽)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윤석열정부 들어 감사원의 감사권 남용이 문제가 됐던 건 정치권력이 감사원을 이용한 문제도 있지만, 제도 자체에 결함이 있는 건 아닌지 강한 의문이 들게 한다”며 “정권이 감사원을 이용해 표적감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제도적으로 감사원의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과 감사권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미비하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감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감사원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개정안을 통해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와 위원 임명 절차 개선 △감사위원회의 개의 정족수 규정 △감사위원회 의결범위 구체화와 의결절차 공개 △디지털 자료 수집 등에 대한 원칙과 변호사 참여권 신설 △고발·수사요청·자료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절차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아울러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감사방해죄를 삭제하고,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근거한 국민감사의 경우도 법 개정을 통해 감사기간 연장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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