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군 당국의 해군 전력화 계획에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함정 건조 조선소들의 불참으로 방위사업청(방사청)의 울산급 호위함 Batch(배치) Ⅳ(4) 1·2번함 건조 사업에 대한 유찰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울산급 배치 4 1,2번함의 사업 예산은 7575억원 수준입니다. 이 수주 금액으로는 적자가 예상돼 해양 방산업계가 사업 참가에 머뭇대는 겁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이 지난달 21일 낸 울산급 배치4 1·2번함 건조 사업 재입찰 공고에 업체들이 참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같은달 20일까지 이 사업의 입찰참가 신청을 받았지만 업체들은 한 곳도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이어 방사청이 업체들의 사업 참여를 바라며 곧바로 재공고를 냈는데 여전한 상황입니다.
방사청의 낮은 사업비가 조선소들의 배치4 1·2번함 건조 사업 참가를 외면하는 원인입니다. 이번 호위함 2척의 사업비는 지난해 11월 맺었던 이전 사업 배치 3의 5·6번함 건조 계약액(7917억3000만원)보다도 낮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의 주요 원자재 후판 가격도 과거 대비 대폭 늘었고, 인건비의 지속 인상과 제반 비용, 물가 상승 요인들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라며 "현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양대 함정 건조 업체가 출구없는 전쟁을 벌이는 이유도 결국 국내 발주 물량은 적은데 대부분 물량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현 군당국의 사업 구조에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국정모니터링시스템 'e-나라지표'를 보면 선박의 주요 원자재인 후판의 가격은 지난 2015년 1톤(t)당 633달러에서 작년 t당 1638달러로 159%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리스크' 등 빠르게 변하는 국제 정세와 수급 불안정 등의 이유로 이 관계자는 "배치 4 1·2번함에 대한 사업비는 1000억원 가량 높게 책정돼야 한다"고 분석합니다.
지난해 3월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울산급 배치3(Batch-III) 1번함 충남함 진수식에서 충남함이 공개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앞서 방사청이 지난 5월 첫 입찰을 낸 군수지원함(AOE-Ⅱ) 2번함 건조 사업도 한 차례 유찰이 있었습니다. 결국 방사청은 재입찰을 공고했으며, 한화오션이 단독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이 군수지원함은 4601억원으로 10년 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당시 예산 3840억원 대비 19.8% 늘었습니다. 다만, 업계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선 배치4 1·2번함과 유사한 사유로 1000억원 정도 증대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화오션이 수주한 군수지원함은 울며 겨자먹기 측면이 큰 것으로 안다"며 "함정은 다른 무기체계와는 달리 한번에 최대 10척 최소 3척 정도로 매우 적은 수량이 발주되며, 이 마저도 업체 주도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은 매우 크지만 이 비용을 회수하긴 매우 힘든 특징이 있다. 정부 당국에서 함정 건조 기업에 최소한 적자는 면하게끔 해줘야 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오션도 당시 군수지원함 수주와 관련해 "대한민국 최고 해양방산 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국가 방위와 국민의 안위를 위한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자세로 건조에 나서기로 결정, 입찰에 참여했다"며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건조가 까다로워 다른 조선소들이 외면한 군수지원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방사청이 함정 사업비를 높이기 위해선 기획재정부의 사업타당성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방사청은 향후 배치4 1,2번함 건조 사업 예산에 대해 기재부와 추가 합의를 거칠 방침입니다. 이로써 해군 전력화 일정에 문제를 최소화할 복안입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호위함 사업의 적정 사업비에 대해 업체와 재정당국과 협의를 예정 중"이라며 "신속히 조치해 사업이 적기에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화오션이 단독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군수지원함(AOE-II) 2차함 조감도 모습. (사진=한화오션)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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