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하반기 서울 도시정비사업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남4구역은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하며 한강변 입지에 위치해 있어 대형건설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는데요. 시공권을 놓고 올해 시공능력평가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간의 2파전이 예상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양사는 또 다른 서울 대형 사업지인 압구정 현대 단지 재건축을 놓고도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한남4구역 시공권 획득을 위해 최선의 제안서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남4구역 조합 사무실 인근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한남4구역 조합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삼성물산·현대건설 양자 대결 유력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한남4구역 조합)는 지난 2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한남4구역 조합은 오는 30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다음 달 1일부터 11월 18일까지 입찰일정을 진행합니다. 입찰자격조건을 얻기 위해서는 500억원의 현금을 입찰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3.3㎡당 공사비는 940만원이고 건설사간 공동참여(컨소시엄)는 제한됩니다.
한남4구역은 한강변과 강북 부촌 중 하나인 한남동 입지로 인해 일찌감치 건설사들로부터 구애를 받아왔습니다. 당초 시공권을 놓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최근 정비사업 강자로 떠오른 포스코이앤씨까지 3파전이 예상됐는데요.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해당 사업지에서 발을 빼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당사가 준비하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해당 사업(한남4구역)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변경 입찰지침서 놓고 신경전…"문제 없다 대 조합 방침 따른 것"
대형사 간 3파전이 2파전으로 압축된 것은 시공권을 놓고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논란이 일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설계조건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졌는데요. 문제는 한남4구역 조합이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변경된 시공사 입찰지침서를 통과시키면서 발생했습니다. 입찰지침서에는 공사비 기준, 입찰 기준 등이 변경됐고 대안설계와 책임준공 확약서가 삭제됐습니다.
또한 상가 대물변제도 시공사 자율제안으로 변경됐는데요. 이 같은 변경은 삼성물산 측의 요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불만을 드러냈다는 겁니다. 여기에 이사회에서 한 조합 이사가 삼성물산 측에 비공개 내부 자료인 입찰지침서 비완성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조합 측은 이를 두고 해당 이사에 대한 처벌을 검토 중입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책임준공은 HUG 보증이나 PF를 받을 때 서류 제출로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당사는 신용등급이 높아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에서 결정된 사안이며 조합이 제시한 입찰지침서에 따라 입찰할 예정"이라며 "다만 일각에서 당사가 변경된 입찰지침서를 놓고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전문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입찰지침서를 변경해 내리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몰래 조합과 시공사가 입찰 관련해서 짜고 진행하면 문제 소지가 있다"며 "현재 정황만으로 삼성물산 문서가 미리 유출된 것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 입찰지침서를 변경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일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압구정 현대 재건축 '전초전' 양상…입찰 결과에 관심
아직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 단계임에도 이와 같은 논란들이 발생하는 것은 한남4구역이 지닌 높은 사업성과 서울 한강변 정비사업이라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때문에 입찰을 준비하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최선의 제안서를 준비해 조합에 선보이겠다는 방침입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외 유명 설계사와 협업, 삼성물산만의 노하우와 우수한 품질·브랜드 가치를 품은 차별화된 하이엔드 단지를 만들 것"이라며 "한남4구역을 용산공원 주변에 조성하는 거점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 구상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남4구역 수주를 위해 전담 TFT 신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에비슨영의 컨설팅, 해외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조합원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보장되는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현 시점에서 강북권 대어는 한남동, 강남권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라는 평가가 있다"며 "한남4구역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건설사 두 곳이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 해당 사업지 결과에 따라 그 영향이 압구정 재건축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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