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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빨라지고 있지만 정작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뚜렷하지 않다. 전환 과정의 중간 단계인 전기로는 철스크랩 확보 경쟁과 높은 전기요금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탄소 철강의 가격 경쟁력도 아직 기존 고로 생산 방식에 미치지 못한다. 철강업계가 늘어난 원가를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에 충분히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수요업계 역시 저탄소 철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추가 비용 부담에는 소극적이다. 탈탄소 규제는 빨라지는 반면 비용 분담 논의는 더디다. 이에 <IB토마토>는 탈탄소 비용을 공급망 전체의 과제로 보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 방안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강업계가 저탄소 철강 전환 과정서 발생한 비용을 전방산업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는 등 투자 동력이 둔화되고 있다. 저탄소 철강 전환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가력 약화는 투자 여력 감소로 이어진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철강 수요 부진 여파에 철강산업은 단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저탄소 철강이 철강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가운데 철강산업은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기 위해 가격 전가력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한국철강협회)
정기적 협상…결과는 주로 타협 혹은 수용
12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매 분기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과 가격 협상에 임한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합의된 단가를 기준으로 매 분기 철강 공급 가격이 정해진다. 협상에서 고려되는 요소는 철광석 가격, 제조원가, 철강 수급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최근 몇 년간 철강 가격 협상 결과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전방산업에 비용을 충분히 전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철광석 가격 약세로 철강 가격이 이전보다 낮아진 점, 철강 수요가 둔화되며 철강 측이 더 아쉬워진 점 등이 협상력 약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철강업계는 협상 시즌마다 단가 인상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요금과 인건비 증가 등 철광석 외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을 해소하려면 단가 협상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다만, 철강산업이 비용 압박을 해소할 정도로 단가를 인상하기 어렵다는 게 철강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철광석 가격 약세가 대표적이다. 철광석 가격은 철강 가격에 반영되는 대표적 원가 지표다. 철광석 가격이 부진하다면 철강 가격을 인상할 근거가 약해진다. 2021년 1톤당 200달러 수준에 육박했던 국제 철광석 가격은 올해 3분기 톤당 100만원이 깨졌다. 중국의 철강 수요 부진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일례로 2023년 상반기 1톤당 100만원 수준이었던 조선용 후판 가격은 2026년 현재까지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여전히 중국산 철강 수입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협상에 불리한 요소로 거론된다. 아울러 자동차용 강판 역시 차종에 따라 100만원 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아울러 수요 부진도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일본산 철강이 국산을 일부 대체하면서 국산 철강에 대한 수요를 분산시켰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협상 결과에 따르면 철강업계의 인상 의지가 온전히 관철된 경우는 드물었다. 단가 인하나 유지를 원하는 전방산업의 입장 등이 반영되며 단가를 소폭 인상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반면 탄소 감축에 투입된 비용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전기로 도입, 설비 개선 등에 포스코, 현대제철만 도합 1조원 이상을 투입했고, 현재 진행 중인 탄소 포집 등 연구개발 비용을 포함하면 앞으로도 비용 투입이 예정돼 있다. 2050년으로 예정된 수소환원제철은 향후 고로 폐쇄에 따른 기회비용을 포함해 도합 40조원이 투입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저탄소 철강으로의 전환에 투입되는 비용은 갈수록 누적되고 있는데, 이를 회수해 투자 재원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정체된 현금창출력…투자 동력 유지에 안간힘
가격 전가력 약화는 철강산업의 단기 수익성뿐 아니라 저탄소 전환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철강산업은 저탄소 전환 투자에 따른 투자의 무게감이 크다. 기존 고로 설비로 생산을 지속하는 동시에 전기로 확충, 스크랩 설비 확대,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 설비 연구개발까지 동시에 해내야 한다.
기존 공정의 정상 가동과 저탄소 전환 투자가 중복되면서 현금흐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철강사가 적절한 단가 반영을 통해 수익을 확보해야 저탄소 철강 전환이 선순환된다.
다만, 최근 몇 년간 단가 협상에서의 부진은 저탄소 전환에 들어간 비용이 수익으로 충분히 회수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구조적 철강산업 부진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영업현금흐름이 줄고 신규 투자에 배분할 수 있는 재원도 축소될 우려가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철강산업 전망을 보수적으로 전망하면서 재무 건전성과 신용도를 함께 관리해야 해야 하는 과제도 생겼다. 이에 투자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 조달, 현금 창출력 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포스코그룹은 현금 창출력이 떨어지는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다른 철강사도 자금 유출을 단속하는 등 재무 여력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외부 자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장기간 차입에 의존해 저탄소 투자를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무 건전성이 우수한 업체들도 올해들어 차입 증가로 돌아섰다. 금융권은 P-CBO(채권담보부증권)등 단기 자금 공급으로 조달 지원에 나섰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철강업계가 저탄소 철강 확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전방수요 둔화 등으로 이를 가격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수익 반등을 꾀하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조원가를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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