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태균, 경남·강원지사 공천 관여 의심…배경은 ‘김건희’
"명태균, 박완수와 아크로비스타 찾았다…윤한홍 주저앉힌 건 김건희"
김진태, 컷오프 뒤집고 경선 '기사회생'…"김건희 찾아 충성맹세"
2024-10-11 06:00:00 2024-10-11 08:01:07
[뉴스토마토 박현광·최신형 기자] 명태균 씨가 2022년 6·1 지방선거 경남지사와 강원지사 국민의힘 후보 공천에도 관여한 정황과 증언이 새롭게 제기됐습니다. 명씨의 영향력이 광역단체장 공천에까지 닿을 수 있었던 배경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로 추정됩니다. 
 
1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직후 윤 대통령 내외에게 박완수 의원을 국민의힘 경남도지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합니다. 네 사람이 만난 장소는 당시 윤 대통령 부부가 살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였습니다. 박완수 현 경남지사는 경남 합천군수를 시작으로 창원시장 3선을 역임한 뒤 국회에 입성한 행정 전문가로, 6·1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출마를 저울질 했습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명태균이 박완수를 데리고 아크로비스타에 갔다. 김 여사가 명태균을 보고 '선생님'이라며 반갑게 맞이했고, 윤 대통령은 '행정의 달인'이라며 박완수를 치켜세웠다고 한다"면서 "이를 본 박완수가 명태균의 영향력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같은 얘기를 '명태균 게이트'가 불거지기 훨씬 이전 명씨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했습니다.
 
명씨와 11년가량 함께 일했던 강혜경 씨, 명씨와 가까웠던 F씨도 명씨가 박 의원과 함께 아크로비스타를 찾아 윤 대통령 내외를 만났다며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강혜경 씨는 앞서 <뉴스토마토> 단독 보도에 잇달아 등장한 핵심 제보자 E씨입니다. 
 
강씨는 "박완수 지사가 명태균 장모와 친했다"면서 "명태균이 박완수에게 도지사 출마를 적극 권유했다"고 말했습니다. F씨는 "아크로비스타 갔을 때 명태균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완수와 (윤 대통령 내외가 키우는) 개가 함께 찍은 사진"이라며 "(명씨가) 그 사진을 주변 사람들한테 막 보여줬다. 사진을 본 사람들이 아주 많다"고 했습니다. 
 
실세 윤한홍, 경남지사 불출마..."배경에 김건희·명태균"
  
이들의 증언은 '윤한홍' 대목에서도 일치합니다. 윤한홍 의원은 권성동·장제원 의원과 함께 윤석열정부 초기 '윤핵관'으로 불렸던 실세 3인방이었습니다. 명씨와 박 지사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인 윤 의원의 불출마가 전제되어야 경남지사 입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지방선거는 대선 직후 치러진다는 면에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유리했습니다. 게다가 경남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민주당 출신인 김경수 전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경남지사 직을 상실했습니다.  
 
앞선 익명의 관계자는 "명태균이 윤한홍을 정리한 것"이라며 "윤한홍이 어떤 사람인가. 윤석열정부 초창기 실세였다. 실세 중 실세를 주저앉힌 게 누구겠나. 김건희 여사"라며  "그래서 박완수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윤한홍은 경남지사가 꿈인 사람인데, 왜 출마를 접었겠냐"면서 거듭 그 배경으로 김 여사와 명씨를 지목했습니다. 강씨 또한 "박완수는 도지사 준비를 하지 않았다. 뒤늦게 뛰어든 것"이라며 "윤한홍과 이주영이 유력 후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했습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윤 의원은 경남지사 출마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6·1 지방선거 7개월 전인 2021년 11월1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정권교체에 매진하고, 기회가 온다면 도지사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사실상 경남지사 출마를 공식화 했습니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행정자치비서관으로 일했던 윤 의원은 2012년 12월 말 홍준표 경남지사의 발탁으로 행정부지사에 올랐습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경남지사 출마를 준비했지만 막판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윤 의원의 종착지는 경남지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미지=KBS)
 
윤 의원이 불출마로 선회하자,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 경선은 박완수·이주영 양자대결로 치러졌습니다.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꺾은 박 의원은 본선에서 민주당의 양문석 후보를 상대해 65.70% 득표율(963만473표)로 38대 경남지사에 당선됐습니다. 강씨는 "박완수가 당선되자, (명씨가) 박완수 공천을 자신이 줬다고 떠들고 다녔다"면서 "이 같은 사실이 박 지사 측에 들어가면서 지금은 두 사람이 매우 불편한 관계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명씨는 자신의 주무기인 여론조사도 병행했습니다. 2022년 4월8일 하루 동안 <경남연합일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에 의뢰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로,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실제 운영했던 여론조사 업체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조사 하루 전인 4월7일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문항 수정을 지시했습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의원과 명씨의 관계는 이미 틀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 의원은 경남지사 출마가 좌절된 데 이어 박 의원의 도지사 출마로 치러지게 된 2022년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명씨가 밀던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되면서 아픔을 삼켰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당시 윤 의원은 자신의 마산고 1년 선배인 김종양 현 의원을 강하게 천거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명씨에게 도움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박 지사는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받을 사람으로 김 전 의원을 밀었다고 합니다. 재보궐선거의 경우 직전 의원의 입김은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윤 의원은 앞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명씨와 거리를 둘 것을 조언했지만, 명씨는 이에 대해 윤 의원이 자신에게 사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의원의 견제도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씨 주장입니다. 여기에는 명씨를 향한 윤 대통령 내외의 절대적인 신뢰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6·1 지방선거 이후 박 지사가 명씨에게 대가성 보답을 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박 지사 취임 이후 명씨의 처남인 이00과 김영선 전 의원 캠프 선거대책본부장 박00이 경남 남명학사 창원관과 서울관에 각각 취업한 사실이 위성곤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경남 남명학사는 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수탁 운영하는 기관으로, 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임명권은 경남지사에게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지사 측은 "2022년 6·1 지방선거 경남지사 후보 공천과 관련하여 부탁을 한 적이 없다"면서 "당내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로 확정되었고, 이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당선되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다만, 명씨와의 아크로비스타 방문에 대해서는 "사적 영역에 대해서는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박 지사는 지난 2021년 7월 명씨 제안으로 명씨와 함께 아크로비스타를 찾아 윤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있습니다.
 
윤 의원 측은 경남지사 불출마 이유를 묻는 <뉴스토마토> 질문에 "도지사 출마를 준비한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명씨가 6·1 지방선거 공천 이전 박 지사와 함께 아크로비스타를 찾은 사실의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명씨가 2022년 경남지사 후보 공천 과정에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질의에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왼쪽)와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2월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논의하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김진태 기사회생 배경에도 '김건희·명태균'
 
명씨가 김진태 강원지사 공천에도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강원지사 후보 공천에서 배제되었던 김 지사가 경선 기회를 얻으며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배경에 명씨와 김 여사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2022년 지방선거에 나설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로는 황상무 전 KBS 앵커가 유력했습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022년 4월14일 당시 예비후보였던 김진태 현 강원지사를 컷오프하고, 황 전 앵커를 단수공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 지사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습니다. 김 지사는 태극기 부대와도 연관이 깊었습니다.
 
속사정을 들어보면, 김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했던 악연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결국 공천 배제의 표면적 이유는 핑계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황 전 앵커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TV토론을 돕는 등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김 지사는 공관위 결정에 반발했습니다. 당선 가능성의 지표가 되는 경쟁력 측면에서도 김 지사가 앞섰습니다. 2022년 4월21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가상 양자대결에서 김진태(45.6%) 대 이광재(37.3%), 황상무(39.1%) 대 이광재(38%)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 자체 여론조사 결과 또한 민주당의 이광재 후보에 맞서 이길 후보는 김진태 지사뿐이었다고 합니다. 
 
김 지사는 2022년 4월15일 밤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준석 대표 측에서도 김 지사가 당을 위해 청문회에 성실히 임한 것과 탄핵의 강을 넘어선다는 선언에 따라 태극기 부대 출신이라는 것을 이유로 당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경선 배제(컷오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공관위 측에도 누차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방선거 공관위원장은 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습니다. 
 
당시 김 지사의 단식농성장에 이불을 들고 찾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에 "당대표가 공개적으로 경선 배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도 무슨 이유인지 공관위에서 신경도 안 쓰더라"면서 "그래서 부득이하게 이불 챙겨들고 단식투쟁하는 곳에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대표의 지적에도 요동조차 하지 않던 공관위는 김 지사 단식 사흘 만인 2022년 4월18일 오전 돌연 결정을 번복합니다. 김 지사에게 경선 기회를 주겠다고 선회한 겁니다. 갑작스런 선회를 두고 당내에서 의문이 따랐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2022년 4월15일 강원지사 공천 컷오프에 반발해 단식농성에 들어간 김진태 예비후보를 찾았다. (이미지=김진태 페이스북)
 
그 배경에 명씨와 김 여사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됩니다. 앞선 익명의 관계자는 "강원지사 후보는 원래 황상무였다. 근데 뒤집어졌다"면서 "명태균이 끼어있다. 황상무로 내정되고 나서 김진태가 난리가 났다. 그때 (김진태가) 명태균하고 연락이 됐다. 명태균이 김진태 얘기를 김건희 여사한테 한 걸로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로부터 보다 상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김진태 컷오프 자체가 말이 안 됐다. 황상무가 너무 숫자가 안 나왔다. 김진태를 넣으면 이광재한테 이기고, 황상무를 넣으면 진다고 나왔다"면서 "명태균에 따르면 자신이 김진태에게 김 여사가 있는 장소를 알려줬고, 김진태가 찾아가서 충성맹세를 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여사의 종용에 못 이긴 윤 대통령이 정진석(당시 공관위원장)에게 전화해서 경선으로 번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에 대해 <뉴스토마토>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진태 강원지사에게 입장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명씨에게도 박완수 경남지사와 김진태 강원지사 공천에 관여했는지 물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최신형 기자 kjordan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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