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가운데, 심각해지고 있는 내수 부진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날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도 글로벌 '피벗(통화정책 전환)' 대열에 합류했는데요.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리면서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2개월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통화 긴축' 종료…돈 풀어 경기 살린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38개월 만에 우리나라 통화정책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돈줄을 죄는 긴축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완화 기조로 전환한 것인데요. 지난해 2월 금통위 때부터 시작한 금리 동결 기조도 1년8개월 만에 끝났습니다.
통화당국이 피벗에 나선 것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진 가운데,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 역성장했는데요. 분기 기준 마이너스 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6개월 만이었습니다. 특히 민간소비는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1.2%, 1.7% 축소되면서 내수 부진의 우려가 커졌습니다.
여기에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도 통화정책 전환의 명분을 줬는데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로 집계되면서 지난 2021년 2월(1.4%)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올 초 3%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2.9%로 2%대에 진입했고, 8월에는 한은의 물가 목표 수준인 2.0%까지 하락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은은 그간 서울 중심의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 불안 때문에 금리 인하를 미뤄왔는데요. 최근 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집값이 안정됐다고 밝힌 데 이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금리 인하 조건이 조성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불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움직임을 강화한 것도 한은의 금리 인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추가 인하 속도 더딜 듯 …"매파적 인하"
특히 한은이 38개월 만에 통화 긴축 기조를 종료한 것은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투자 등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정부·여당 등을 중심으로 한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면서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한 이유와 관련해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통화정책 방향이 완화 쪽으로 돌아섰지만 시중에 돈을 푸는 속도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추가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금융 안정에 대해 상당히 고려하겠다는 점에서 매파적 인하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 총재의 언급과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가 남아있는 것을 고려하면 연내 추가적인 인하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한은이 이번 인하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에나 0.25%포인트씩 두 차례 정도 금리를 더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해 10월 1회, 내년 상반기 2회 낮추고 하반기 동결해 2.75%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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