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신혼부부·저출생 강조하면서 학교 짓는 건 '침묵'
오세훈 시장,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 간담회
"안정적으로 주거 공급하면 아이 낳을 계기가 된다"
신혼부부·저출생 강조하면서 학교문제는 언급 안해
2024-10-17 14:40:50 2024-10-17 14:40:5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단지)에서 신혼부부를 만나 주택공급 확대, 결혼, 저출생 극복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청이 분쟁의 빌미를 제공한 학교용지 문제에 대해선 침묵했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들은 "단지에 중학교를 짓지 못하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느냐, 아이를 어떻게 낳으라는 것이냐"라면서 서울시의 행보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오 시장은 오전 17일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열린 입주에정자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미리 내 집(장기전세주택Ⅱ)'에 당첨된 신혼부부, 예비 신혼부부 입주예정자와 오 시장이 대화하는 자리였습니다. 미리 내 집은 오 시장의 주택정책 브랜드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 SHift)에서 따온 것으로, 신혼부부용으로 나온 장기전세주택입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미리 내 집 공급이 가장 먼저 적용된 곳이기도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열린 '미리 내 집(장기전세주택Ⅱ)' 간담회에서 입주 예정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오세훈 "'미리 내 집' 공급, 10배 정도 늘려야"
 
오 시장은 신혼부부들과 만나 "미리 내 집 공급을 10배 정도 늘려야 결혼이 예정된 분들, 신혼부부가 더욱 희망을 가지고 미리 내 집 모집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며 "앞으로 짓는 아파트 단지엔 미리 내 집 물량을 늘릴 생각이다. 최대한 물량을 늘려서 결혼을 앞두는 분들이 용기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15년 전 시작한 시프트가 없었으면 이렇게 신속하게 입주까지 할 수 있는 아주 바람직한 변화가 빨리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주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 훨씬 더 많이 아이 낳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힌트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안정적인, 많은 물량의 주택공급은 저출생 문제 해결과 직결된다는 말입니다. 
 
결혼·출생 이어지는 중학교 문제는 언급 안해
 
오 시장은 이날 올림픽파크포레온 중학교 신설 문제와 서울시청의 '학교용지→공공공지 전환' 방침에 대해선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둔촌주공재건축 조합과 입주예정자 등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세대는 무려 1만2032세대에 달합니다. 새로 유입될 중학생 수는 3000명가량입니다. 그러나 올림픽파크포레온 주위엔 중학교가 부족합니다. 결혼해 아이를 낳아도 다닐 학교가 마땅치 않은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신혼부부를 만나 결혼과 출생만 언급한 건 중학교 문제에 대한 서울시청의 행보와 그에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한 걸로 풀이됩니다. 단지 안에 중학교를 지으려던 계획에 서울시청이 어깃장을 놓은 탓에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들은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갈등을 빚은 바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2014년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서울시교육청에 학교용지를 기부채납했고, 여기에 중학교를 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중투심)에서 부적정 판정을 내렸습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새 학교는 필요 없다는 겁니다. 그러자 서울시청이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학교를 세울 땅을 공공공지로 만들고, 나중에 학교가 필요하면 공공공지 땅과 교육청의 '동일가액' 재산으로 맞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청이 사실상 시세차익을 노린 땅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17일 오전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불만이 커진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자들은 서울시청의 일방통행과 강동구의 고질적인 과밀학급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난 6월~7월 시청 앞에서 두번이나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당시 입주예정자들은 집회에서 "오 시장은 각성하라.", "학교 지을 땅 뺏어가면 아이들은 어디로 학교를 다니냐.", "서울시는 주민 등에 칼을 꽂지 말라.", "공공공지 전환을 철회하지 않으면 행정감사를 청구하겠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국 서울시청은 지난달 8일 올림픽파크포레온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는 방침을 '내년 4월 교육부 중투심'까지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2일자로 '지방교육행정기관 재정투자사업 심사 지침'을 개정해 서울시청의 시도를 원천 봉쇄했습니다. 학교를 지으려고 땅을 기부채납하면, 중투심 대상에서 '기부채납된 땅'이 제외되게 됐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학교용지도 2025년 4월 중투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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