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도와준 분들" 강호동 농협회장, 보은 인사 시인
여야, 강 회장 중심 지배구조 심화 지적
2024-10-18 17:03:19 2024-10-18 17:03:19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여야가 한 목소리로 농협의 지배구조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 낙하산 인사 등 회장 중심 지배구조가 더 심화한 만큼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낙하산 내지는 보은 인사에 대한 비판도 많았는데요. 강 회장은 "선거 때 도와준 분들"이라고 사실상 시인했습니다. 
 
"강 회장 중심 지배구조 심해져"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농협중앙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지만,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심지어 농협대에도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를 채용하면서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준섭 전 NH농협무역 대표는 지난 2022년 퇴임한 뒤 중앙회장 선거에서 강호동 회장을 도운 뒤 중앙회 부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여영현 전 농협네트웍스 대표는 2022년 퇴임했다가 강 회장 선출 이후 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로 올랐습니다.
 
김창수 남해화학 대표(전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장), 조영철 농협에코아그로 대표(전 농협홍삼 대표), 박서홍 농협경제대표이사(전 농협경제지주 상무) 등도 퇴임 후 재취업했습니다. 박석모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은 전 NH농협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2016년 퇴임했다가 농협중앙회로 돌아왔고, 2016년 퇴직했던 김정식 전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도 8년 만에 농민신문사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도 "(농협이) 강호동 캠프 재취업 창구라는 보도가 나온다"며 "농협의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회장도 보은인사에 대해 사실상 시인했습니다. 그는 "꼭 캠프 출신이라기보다 선거 기간 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며 "선거 때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분들"이라고 밝혔습니다.
 
강 회장을 중심으로 한 농협의 지배구조 문제는 국감에 앞서 금융당국에서도 이미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 지배구조와 농협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집중 살폈습니다. 금융 계열사의 금융사고가 잇따르는 배경에 취약한 지배구조가 지목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농협 조직을 겨냥해 민간 금융지주사에 맞먹는 지배구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2년 3월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하며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로 나뉘었습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두 개의 지주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함으로써 여전히 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신경 분리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 사업 부문이 여전히 중앙회 그늘에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내부통제 개선으로 신뢰받을 것"
 
올해 잇따라 발생한 농협 금융사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년간 농협금융지주의 금융사고는 총 72건, 438억원 규모인데 이 가운데 올해 발생 건수는 8건, 사고액은 293억원으로 전체의 67%가 집중됐다"며 "책임을 통감하는 수준을 넘어 경영진 사퇴 등 고강도 쇄신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은 "금융기관의 금융사고는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에 그간 지적하지 않았는데, 최근 5년간 발생한 10억원 이상 금융사고 6건 중 4건이 올해 발생했다"며 "횡령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과 조치들이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8월 계열사 대표를 소집해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며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과거의 금융사고가 드러난 측면도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강 회장은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사고 농축협은 자금지원 제한 등 관리를 강화하고, 계열사는 내부통제 개선과 프로세스 재정립 등 특단의 대책을 통해 신뢰받는 농협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8일 오전 국회 농해수위에서 열린 국감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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