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호실적에도 임단협 난항 예고
상반기 순익 전년 대비 5.8% 증가
'불황형 흑자' 평가에 임단협 기상도 '흐림'
2024-10-16 15:49:50 2024-10-16 15:49:50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카드업계에 임금 및 단체협상 레이스가 시작됐습니다. 카드업계는 올해 상반기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5.8% 늘어나는 등 호실적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알짜카드 단종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 업종 취급을 중단하는 등 지출을 줄여 달성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따르는 만큼 임단협에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롯데카드 노사 1차 교섭 시작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노사는 이날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1차 교섭에 들어갔습니다. 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8.0%로 알려졌습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노조가 8.8%의 인상안을 제시하고 협상을 거쳐 6.0%의 임금인상률에 도달했습니다.
 
롯데카드 노조는 "올해 들어 금융 비용과 대손 비용이 많이 늘었다"며 "아무래도 대주주가 사모펀드이고 회사 신용등급이 AA-이기 때문에 조달해 오는 카드채 금리가 높은데, 이게 수익과 연관돼 있어 올해 임단협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비씨카드 노사도 지난 7일 상견례 이후 이번 주 본격적인 교섭에 돌입합니다. 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9.7%입니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노조가 7.3%의 인상안을 제시하고 두 달간 협상을 거쳐 1.72%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비씨카드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노동 강도가 심해졌다"면서 "아웃소싱하던 업무를 비용 절감 차원으로 내부에서 처리하게 됐는데 추가 인력 없이 업무를 배치하다보니 보니 직원들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드사들이 8~9%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데는 지난 7월 먼저 임단협을 끝낸 현대카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현대카드 노사는 사원·대리 9%, 과장 7%, 차장·부장 5%의 임금인상률에 합의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내부 평가 연동 임금인상률도 평균 평점(B+) 기준 2%로 정했는데요. 최종적으로 평균 9% 임금인상률이 확정됐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단체협상에 나서는 은행과 달리 카드사는 각 사별 노조에서 임단협을 실시합니다. 현대·롯데·비씨카드에 이어 은행지주계열 카드사도 11월부터 임단협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롯데카드와 비씨카드 노사가 임단협에 돌입했다. 은행지주계열 카드사는 11월 이후 임단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스토마토)
 
"오너 없는 회사, 현대카드와 달라"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499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4168억원에서 5.8% 늘었습니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442조8000억원입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1% 증가했습니다. 총자산수익률(ROA)은 1.6%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호실적에도 올해 카드사 임금 협상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좋은 실적을 달성한 배경엔 '허리띠 졸라매기'가 있습니다. 카드사는 본업인 카드 수수료 장사가 녹록지 않은 데다가 상반기 내내 지속된 고금리 기조로 자금조달비용이 올라가 재무 부담이 상당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는 수익이 나지 않는 업종 취급을 줄여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알짜카드를 단종시키고 있는데요. 실제 8개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 단종시킨 신용·체크카드 수는 373개로, 벌써 지난해 단종 건수 458개의 81%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체크카드는 상반기에만 91개를 단종해 통계가 집계된 2017년 이래 가장 많았습니다.
 
비용 절감에 전력을 쏟아 얻은 호실적인 만큼 사측이 노조가 제시한 8~9%대 임금인상률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은행지주계열 카드사는 특히 은행권 임단협이 부침을 겪었던 만큼 협상이 어려워 보입니다. 지주계열 카드사는 은행 임단협 결과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금융노조가 '10만 금융노동자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 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컸습니다. 노조는 협상 초기 8.5%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지난달 23일 임금인상률 2.8%에 합의했습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9%대 높은 임금인상률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오너가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하면서 "업황 악화에도 호실적을 이끌어낸 카드업계 노동자들의 노력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3일 사측과 임단협을 통해 2.8%의 임금인상률을 확정지었다. 통상 은행지주계열 카드사는 은행 임단협 결과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지난 15일 은행권 노사의 산별중앙교섭 조인식 모습.(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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