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줄인다는 금융지주…대출 문턱 더 높아진다
4대 금융 "위험가중자산 보수적 관리"
가계·기업 대출영업 동기 갈수록 약화
2024-10-31 16:09:23 2024-10-31 16:09:23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실적 발표와 함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밸류업의 핵심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올리기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의 경영 전략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이기 위해 대출 관리를 엄격히 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ROE 제고 위해 위험자산 관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ROE 10%' 달성을 내세웠습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주주지분)을 활용해 1년간 얼마나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입니다. ROE가 10%면 10억원의 자본을 투자했을 때 1억원의 이익을 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지주의 ROE는 KB금융 8.44%, 신한금융 8.36%, 하나금융 9.01%, 우리금융 8.30%를 기록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이 내세운 ROE 향상의 기초 조건은 이익창출력 극대화를 통한 당기순이익 증가입니다. 이익을 창출해 주주환원의 재원인 이익잉여금을 많이 쌓고 다시 이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율 상승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ROE 제고를 위해서는 이익창출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하지만 자본효율성 관리의 필요성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실제로 지주사들은 주주환원의 기반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내외로 관리하기 위해 앞으로의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관리 계획도 함께 밝혔습니다. CET1비율 산정 근거인 위험가중자산 성장률 목표를 관리하고, RoRWA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입니다.
 
4대 금융지주가 발표한 지속가능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 방안 (자료= 뉴스토마토)
 
'양 보다 질' 높아진 대출 문턱
 
위험가중자산(RWA)은 대출자산의 한도 가능성 등 은행이 굴리는 돈의 위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둬 다시 계산한 숫자를 뜻합니다. RoRWA는 영업이익을 RWA로 나눈 수치로, 리스크를 지는 것에 비해 수익성이 높고 자본 배율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RoRWA가 높으면 위험도나 낮은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낸다는 뜻입니다.
 
KB금융(105560)은 안정적인 주주환원을 위해 RWA를 5% 내외(10년 평균 6.1%)로 관리하겠다고 밝혔고,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주주환원의 기반이 되는 CET1비율 산정 근거인 RWA 성장률 목표를 명목 GDP 성장률 수준으로 제시했습니다. 신한지주(055550)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RWA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RoRWA 관점에서 수익성을 보고 계속 배분하는 방식으로 고민해서 내년 경영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그룹 전체적으로 RWA를 4%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계획으로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하겠다고 뜻을 밝힌 만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와 맞물려 은행의 대출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RWA가 CET1비율에 직결되는 만큼 대출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질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주주환원 확대도 자본비율 감소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RWA 관리를 위해 대출 총량 조절이 필요한 상태인데요.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우 연말까지 인터넷,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12개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주주환원을 강화하면서 배당 등과 직결되는 자본비율 관리의 중요도가 커졌다"며 "당국이 위험가중치를 크게 부여하는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늘리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가계대출은 예측성이 떨어지고 대출 수요가 여전한 만큼 기업대출 등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한동안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인수합병과 같은 RWA를 크게 증가시키는 의사결정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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