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신대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장기간 이어진 금투세 논란이 일단락됐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 증시의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발표와 함께 주식시장도 강하게 상승하면서 환호했습니다.
"금투세 폐지 동의…상법 개정 필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 시행)강행이 맞지만, 대한민국 주식시장 너무 어렵다"며 "주식시장에 기대는 1500만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민주당이 지난달 4일 금투세 시행 여부 결정을 이 대표 등 당 지도부에게 위임한 지 한 달 만에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이 대표는 "금투세는 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줄이는 대신에 (도입하는) 대체도입제도라는 면에서 시행하는 게 맞다"며 "이것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기보다는 하락의 주원인은 정부 정책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또 한 가지 문제는 정부·여당이 정부 정책을 갖고 야당을 공격하는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이 문제를 유예하거나 개선 시행을 하겠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 수단이 될 것 같다"고 전격 폐지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상법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그리고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정치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알맹이 빼먹기'를 허용하는 상법, 주주 충실의무 조항 개정부터 개선책을 시행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또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는 진보진영의 비난과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 더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증시 부활 신호탄 되나
이날 오전 갑작스럽게 금투세 폐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시장은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코스피는 개장 초 강보합권에 머무르다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강하게 오르면서 1%대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오후 12시13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대비 38.32포인트(1.51%) 오른 2580.68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올 한 해 금투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 증시가 이번 결정을 기점으로 주요 국가들과의 격차를 좁히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코스피는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왔는데요. 미국, 영국 등 주요국 증시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보이면서 외국인과 개인들의 자금도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경기 전망과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투세 논란이 투심을 악화시켜 자금이탈을 가속화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투세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2019년 금융투자협회에 의해서입니다. 이후 민주당과 금융투자업계의 요구로 금투세 도입과 증권거래세 폐지가 동시에 논의됐고,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는 '금융세제 개편 방안'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기획재정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과세 부담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으나 한 차례 시행을 유예하는 데 그쳤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넘어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선 것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와 여당이 증시 악화를 이유로 금투세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면서부터입니다. 특히 올해 갈등이 극대화됐고, 결국 증시 침체와 자금 유출이 심화되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정책 유예나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폐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업계에선 이날 금투세 폐지가 확정됨에 따라 그동안 한국 증시에 걸림돌이었던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증시 저평가 문제도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금투세를 폐지할 경우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 금융세제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금투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 등을 고려하면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을 줄이고 증권거래세율을 낮추는 현 정책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겁니다.
올해 증권거래세율은 0.18%로 인하됐고, 내년에는 0.15%으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세율 인하로 인해 2021년 10조를 웃돌았던 증권거래세는 2022년 6조3000억원, 2023년 6조1000억원으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거래세를 다시 되돌리자는 논의 자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유미·신대성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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