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5일 임기 2년 반 동안 경제 분야 국정 현안에 대한 정부의 성과를 부각했습니다. 6일에도 외교·안보 분야의 국정 성과를 발표할 예정인데요. 최근 윤 대통령의 육성 녹취 공개 후 공천개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반성 없이 대통령실의 자화자찬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통령실과 국민 간 인식의 괴리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 성과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다음날인 6일 같은 장소에선 '외교·안보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 계획'에 대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브리핑이 예정돼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축사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린벨트 해제·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잇단 선심성 정책
대통령실이 국면 전환용으로 국정 성과를 부각하며 여론전에 나선 것이란 분석인데요. 여야로부터 쇄신 요구에 부딪힌 상황에서 성과로 승부함으로써 국정운영 동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대내외 위기와 어려움을 강조한 뒤 취임 이후 성과를 집중적으로 부각했습니다. 국가 성장동력 회복, 부동산 시장 정상화, 원전 생태계 복원, 경제영토 확장 등 그간 정책 성과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체코 원전 수출과 방위산업 수출, 경상수지 흑자, 2026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4만달러 돌파, 물가 상승 1%대 안정, 고용률 69.2% 역대 최고 등 장밋빛 전망도 쏟아졌습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날 그린벨트 해제·노후 계획도시 재건축, 대규모 주택 공급,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자녀 공제 금액 확대, 신규 원전 건설 추진·기존 원전 운전 허가 기한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 연내 마련 등에 대한 향후 추진 과제를 밝혔는데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을 언급하며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이 따르게 돼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저와 정부는 이러한 저항에 맞서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며 임기 내 4대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첫해부터 3년 연속 이 행사에 참석했는데요. 최근 10%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지지도 하락 국면 속 개혁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보수층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관측됩니다.
여 내부 "자화자찬 메시지 안 돼"…한동훈 "국민 눈높이"
이런 상황에서 7일 예정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기자회견도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4번째 기자회견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특히 명 씨와 관련한 공천개입 의혹,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이번에도 앞서 열렸던 기자회견의 기존 형식과 비슷하게 진행될 예정인데요. 윤 대통령이 생중계를 통해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 성과를 보고한 후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아 현안에 답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기자회견은 앞선 3차례 기자회견과 달리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 구분 없이 질문을 받고, 윤 대통령의 답변에 꼬리를 무는 질문도 받는 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질문의 주제와 시간에 제한이 없는 '끝장토론'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선 윤 대통령이 지난 8월29일 대국민 담화 때와 같이 이번에도 국정 성과 발표 위주의 담화 내용이 부각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 성과는) 국민이 평가를 해 주는 것이지, 본인이 미리 앞세워서 얘기하면 안 된다"며 "자화자찬적인 메시지는 하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여당 내부에선 친한계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가 얽힌 공천개입 의혹의 진실을 규명한 뒤 윤 대통령이 사과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잇단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거나 해명하는 듯한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평생당원 초청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적 쇄신에 국무총리도 포함돼야 하냐는 질문에는 "제가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한 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 김 여사의 즉각적인 대외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을 공개 요구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할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을지 등에 따라 국정 동력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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