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서울에서 번듯한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종잣돈과 대출금을 보태 20억원은 있어야 선택지랄 게 있습니다. 15억원 미만이라면 눈에 띄는 단점 한두 개는 가진 아파트 중에서 골라야 합니다.
동작구 사당동 사당대림아파트도 후자에 속합니다. 엄연히 역세권 아파트인데 걷기 불편한 언덕 위에 35년 된 구축이라서 13억원 부근입니다. 그래도 이런 아파트라면 언젠간 신축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볼 만합니다. 멀리 내다보는 이들에겐 5억원 더 비싼 옆 단지의 시세가 남의 일 같지 않을 겁니다.
단지 정문 진입로에서 바라본 사당대림아파트. 높은 축대가 이 아파트가 자리한 언덕의 높이를 말해주고 있다.(사진=김창경 기자)
사당대림아파트에서 그나마 가장 낮은 곳에 있는 1동도 도로에서 바라보면 높다.(사진=김창경 기자)
사당대림아파트의 뒷동들 사이에도 단차가 있다.(사진=김창경 기자)
‘언덕·구축’ 극복하면 5억 싸게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삼일공원 옆에 자리한 사당대림아파트는 사당동에서 귀한 대단지입니다. 12개동 1152세대 규모로, 평형은 80㎡(전용면적 59㎡), 103㎡(84㎡), 145㎡(125㎡) 세 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단지 정문에서 지하철 7호선 남성역 출구까지 200여미터 거리에 있는 역세권 대단지, 4호선 이수역도 이용 가능한 곳의 국평(전용 84㎡) 시세가 13억원인 것은 언덕 위 35년 된 구축이라는 단점이 도드라지기 때문입니다.
사당대림은 1990년 8월에 준공해 이제 35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단지를 잘 관리한다고 했겠지만 중앙난방에 지하주차장 없고 동간 단차가 있는 구축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대충 머리에 그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사당로에서 가까운 단지인데도 도로에서 올려다본 축대 높이가 상당해 집 보러 온 사람들이 부담감부터 느끼는 것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역을 오가려면 계단을 오르거나 언덕을 걸어야 합니다. 물론 마을버스를 이용할 순 있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극복하면 5억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남성역 바로 앞에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 두산위브트레지움 국평 시세가 5억원쯤 더 비싼 18억원대이기 때문입니다. 두산위브트레지움이 신축이어서가 아닙니다. 2011년생 구축, 사당대림의 절반도 안 되는 451세대 단지인데도 시세가 크게 벌어져 있는 것입니다. 시세 차만 가지고도 사당대림의 조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가치는 있습니다.
왼쪽의 삼일공원을 등지고 나란히 선 6동의 모습. 그 옆에 5동과 멀리 3동이 보인다.(사진=김창경 기자)
5동과 3동 사이는 이렇게 끊겨 있다. 주민은 계단으로 오갈 수 있지만 서로 차량 통행은 불가능하다.(사진=김창경 기자)
삼일공원을 앞마당방처럼
사당대림아파트는 최고 15층 높이 12개 동이 남서향으로(두 동은 남동향) 길게 늘어서 있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가 삼일공원을 끼고 있는데요. 삼일공원은 3.1운동을 기념해 조성된 공영시설물이지만 사당대림의 주차장과 직결돼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사당로23길 쪽에서 진입할 수 있지만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해 실제론 사당대림 주민들의 전용 공원처럼 이용하고 있습니다.
1동부터 6동까지는 공원을 등지고 늘어서 있고 지대가 높은 위쪽에 7~13동이 있습니다. 사당대림 주민들은 1~3동을 아랫동, 5동부터는 윗동(4동은 없음), 뒷동이라고 부릅니다.
지도만 보면 삼일공원을 등지고 일렬로 늘어서 관악산을 바라보는 1~7동, 그중에서도 그나마 다른 동들보다 지대가 조금 더 낮고 도로와 역에서 가까운, 더구나 남성초등학교 옆인 1~3동들이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여기에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동간 단차가 크다 보니 윗동과 1~3동 사이의 단지 내 차로가 끊겨 있다는 점이 큰데요. 주차장을 1~3동만 따로 쓰고 있는 겁니다. 계단을 통해 사람만 오갈 수 있습니다. 또한 사당대림에서 유일하게 1동에만 전용 59㎡형이 배치돼 있고 2~3동에도 대형평형 없이 국평만 있어서 아랫동들의 세대수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사당대림의 주차면적은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세대당 1.0대보다는 조금 더 많지만 아랫동 주민들은 주차공간이 부족합니다. 그에 비해 뒷동들은 주차 사정이 괜찮은 편입니다.
그래서 동호수를 고를 때 국평의 경우 아래쪽 관악산 뷰 2동을 선호하는 경우, 위쪽에서 개방감이 뛰어난 9동을 찾는 경우, 남동향으로 삼일공원을 바라보는 11동을 원하는 경우 등 수요자들의 선택도 나뉩니다.
2동, 9동, 11동에서 나온 매물들의 호가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지난 9월 국평에서 12억7000만원 실거래가 기록된 이후 12억대 매물은 사라졌고 지금은 저층을 제외하면 13억원부터 시작됩니다. 가격 조정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삼일공원에서 본 사당대림아파트. 아파트 단지. 아파트 3곳에서 공원에 들어올 수 있어 이곳 주민들이 전용 공원처럼 이용하고 있다.(사진=김창경 기자)
남동향 배치인 11동에서 바라본 삼일공원.(사진=김창경 기자)
사당대림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재건축 초기 작업을 시작했다. 이달 22일엔 동작구청에서 나와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사진=김창경 기자)
용적률 208%…재건축 조건 개선 논의
사당동의 35년차 대단지라면 당연히 재건축이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용적률도 208%이므로 이곳에선 준수한 편입니다.
실제로 사당대림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예비안전진단을 진행해 D등급을 받았습니다. 이제 절차를 거쳐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차례입니다. 동작구에서도 사당대림의 재건축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라는데요. 재건축 추진위 주최로 오는 22일에 동작구청 재건축멘토단이 나와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주민들은 400% 이상 용적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단지의 남단 1동과 사당로 사이에 작은 상가건물이 있는데 이를 매입해 아파트 부지가 도로와 맞닿게 만드는 방법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합니다. 도로에 접한 아파트의 경우 더 좋은 조건으로 재건축할 수 있다는 설명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구분등기된 단지 내 상가와의 갈등도 무시할 수 없어 재건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변수는 많습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만한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받으면 그땐 지금 시세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실거주하든 투자 목적이든 매입은 빠를수록 좋다”고 권유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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