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수익구조는 보장성보험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보험사 간 영업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업비용이 증가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하면서 소비자 신뢰 저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저성장 국면을 맞이한 보험업계가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너도나도 보장성보험 늘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저출생·고령화의 영향으로 건강보험 수요에 집중적으로 대비하고 있는데요. 최근 몇 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리 민감도가 높은 저축성보험 대신 건강보험 영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IFRS17 적용 이후 보험계약마진(CSM)이 이익의 원천이자 건전성 관리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 실적이 보험사들의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현재 보험사들의 CSM은 보장성보험 중심의 판매 전략과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CSM은 신계약 성장률, 초회보험료 대비 신계약 CSM 배수, 유지율 등에 따라 변동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IFRS17가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은 생보사·손보사 할 것 없이 CSM 비율이 높은 장기 보장성 상품 위주로 판매전략을 변경했습니다. 특히 생보사는 고령화 시대에 만기가 늦은 종신보험과 저축성보험 수요가 줄어들면서 건강보험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생명보험 CSM은 올해 60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에도 60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가폭은 0.5%에 머물며 성장세가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손해보험의 CSM 규모는 올해 6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2% 성장이 예측됩니다. 내년에는 69조7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증가율은 3.0%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수입보험료도 최근 들어 성장이 위축된 상황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수입보험료는 △2020년 221조9044억원 △2021년 224조9191억원 △2022년 252조7944억원으로 증가세였으나, 지난해 237조6092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115조69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지만, 지금의 속도대로라면 지난해보다 수입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생보사의 경우 보장성보험 증가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과 변액보험이 위축됐고, 손보사도 장기·일반보험, 퇴직연금 등이 골고루 성장했지만 1년 단위로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등에서 손해율이 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감원)
혁신으로 소비자 신뢰 제고
보장성보험 영업 경쟁으로 생보사를 중심으로 사업비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생보사 고유의 영역인 종신보험 영업에 더해 손보사가 선점한 건강보험 등 제3보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높은 설계사 수수료 비용을 감수하고 대면 영업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사업비는 새로운 보험계약 실적을 끌어올리고,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입니다.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면서 생보사들이 올해 상반기 지출한 사업비는 10조72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에 벌어들인 제3보험의 초회보험료는 259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6% 증가했습니다.
사업비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보험사의 예실차(예정사업비 대비 실제사업비)는 올해 3분기 들어 적자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로 쓴 사업비가 많았다는 뜻인데, 이는 결국 보험사의 미래 이익 감소로 이어집니다.
이는 결국 보험사의 유동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높고 계약기간도 긴 저축성보험으로 유동성에 대비해 왔습니다. 그런데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아지면 CSM에는 도움이 되지만, 저축성보험에 비해 현금 보유량이 적어집니다.
금융업권 민원 중 보험업권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단기 경쟁에만 몰두하면 향후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감원의 검사결과제재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일어난 127건의 금융사고 중 69%(88건)은 보헙업권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과도한 사업비 지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 등으로 보험사의 수익이 감소하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사들의 사업비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업무 보고서 신설과 제재 근거를 마련할 방침입니다. 또한 설계사 수수료도 보험사가 기초서류에서 정한 한도 내로 지급하도록 기준을 마련합니다. 내년부터 보험사들은 사업비·보험금·보험료 등 실제 현금 유출입을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습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구조가 복잡해 불완전판매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설계사들의 대면 영업은 필수인데, 이로 인해 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사업비도 커지는 구조"라며 "IFRS17 도입 이후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에 영업방식이나 이익산정 기준, 보험업 성장성을 위해 민관이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보험산업은 기후위험에 민감한 노인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보장 갭을 축소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4 부산 잡(JOB) 페스티벌'에 중장년 구직자들이 노인 일자리사업 참여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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