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홍콩법인장 "홍콩, 여전한 금융 중심지…글로벌 진출 교두보"
(인터뷰)주명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
아시아 금융거점 목표로 성과 창출
2024-11-18 09:00:00 2024-11-18 09:00:00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홍콩은 싱가포르보다 1.5배 크다. 경제 규모도 그렇고, 금융 허브로서의 기능과 역할만 봐도 홍콩 주식 시장의 규모는 싱가포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HKEX(홍콩거래소)의 시가총액은 6조1300억달러(USD) 수준인데, SGX(싱가포르거래소)는 7660억달러에 불과하다. 해외 주요 기업이 아시아에서 상장하려면 홍콩으로 온다. 싱가포르는 옵션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명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지난 12일 한국투자증권 홍콩 현지 법인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습니다. 홍콩은 흔히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별칭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경제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홍콩이 예전만큼의 위상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시각도 우세합니다. 홍콩에서 활약 중인 주 법인장은 "홍콩은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가능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강조합니다.
 
"싱가폴과는 상이한 기능"
 
주명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이 지난 12일 한투 홍콩 현지법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 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주 법인장은 2014년 대우증권 홍콩법인 IB팀장으로 홍콩에 발령받아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법인인 미래에셋대우를 거쳐 2020년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직하며 홍콩 법인 설립과 성장을 주도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는 한국투자증권 홍콩 법인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주 법인장은 홍콩과 싱가포르를 상호보완적 관계로 보고 있습니다. 두 도시가 서로 다른 시장으로 가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홍콩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 역할을 하고,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게이트웨이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동남아시아 지역과 관련된 딜은 싱가포르로 오지만, 미주, 유럽, 호주 등 글로벌 딜은 여전히 홍콩을 거쳐 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홍콩의 기능이 싱가포르로 이전했다는 인식이 있지만 그는 이를 반박했습니다. 주 법인장은 "퍼스트티어 은행들인 골드만삭스, JP모건, 바클레이스 등은 홍콩을 떠나지 않았다"며 "세컨드 티어인 호주계, 캐나다계 은행들은 수익구조의 지속성 문제로 홍콩 디비전을 축소하고 싱가포르로 이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홍콩의 지정학적 문제가 아닌 수익구조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홍콩이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던 배경엔 홍콩의 무관세제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명 대표에 따르면 홍콩은 관세 제도가 단순화돼있어 부가가치세, 판매세, 자본이득세, 부동산세 등 세금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 대표는 "기업 환경적인 인프라 측면에 있어선 서울, 싱가포르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환율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 홍콩은 1983년부터 통화 연결제(페그제)를 통해 홍콩달러를 미국달러에 고정해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HKD) 사이에서 환율을 유지합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이를 벗어나면 외환시장에 개입해 안정성을 보장합니다. 이 제도는 환율 변동 위험을 줄여 기업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국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홍콩 한투, 아시아 금융거점 목표
 
한국 증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틈새시장(니치마켓)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 법인장은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시장 규모가 큰 곳에서는 아무리 자본을 갖고 가도 경쟁하기 쉽지 않다"며 "1조원을 들고 가도 시장이 너무 깊고 크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선진 금융시장에 자리잡은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양질의 자산을 발굴, 공급하며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에서 독자적으로 상품을 소싱하고 상품화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홍콩현지법인(KIS ASIA)은 '아시아 금융거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IB, 주식 브로커리지, 주식파생트레이딩, 채권트레이딩 등 사업부문에 총 36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 고유 계정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프롭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과 ELS 헤지 운용, 해외 대체투자 상품, IB 딜 소싱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했으며, 최근에는 해외 인수금융, 대체투자 외에 아시아 발행사 대상 글로벌 하이일드채권 발행 영업을 시작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KIS ASIA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투 홍콩법인은 지난 2020년 호주 인프라 기업인 브로드스펙트럼 인수금융에서 국내 증권사 최초로 선순위 공동주관사 지위를 확보했으며, 2021년에는 야후 인수금융(53억달러)에서 유일한 국내 금융사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PAI파트너스와 협력해 트로피카나 인수금융에 공동대표주관사로 나섰고, 2023년에는 홍콩거래소에 파생워런트를 상장하며 글로벌 금융사와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몽골과 필리핀 등지에서 국책기관과 주요 기업의 글로벌 채권 발행을 주관하며 국내 증권사 최초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지난 7월 필리핀 비스타랜드의 글로벌본드 발행에서는 발행액의 두 배가 넘는 주문을 유치하며 성공적인 흥행을 이끌었고, 추가 증액 발행에서는 단독 주관사를 맡아 총 3억5000만달러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2030년까지 수익의 30%를 해외에서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주 법인장은 10년 후에는 "최소한 KIS 인터내셔널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개인적인 욕심일 수도 있지만, 그 역할을 홍콩법인이 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3일 한국투자증권이 홍콩에서 IR행사 'KIS 나잇(KIS Night in Hongkong 2024)'을 개최한 모습. 왼쪽부터 엑스디 양 칼라일 아시아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케빈 스니더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본부 회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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