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추 끝났지만…여전히 높은 체감 물가
김장대란 마무리 단계…물가 안정 자신하는 정부
일부 김장 재료 제외한 신선식품 가격 여전히 높은 수준
고물가 스트레스 누적…물가 자체의 하방경직성도 괴리 키워
2024-11-22 15:59:13 2024-11-22 17:01:26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기온 하락에 따른 일교차가 커지고 정부의 '금배추' 잡기 총력전이 이어지며 '김장대란'은 일단락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기 불황에 따른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여기에 이상 기후 여파로 농축수산물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지표 물가와 현장에서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인데요. 업계는 고물가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에 소폭이나마 상승세가 유지되고, 물가 자체의 하방경직성이 큰 점을 원인으로 짚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 1%대 안정세…김장대란도 종지부
 
최근 물가는 지표 상으로는 확실히 안정세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22일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100)로,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하며 지난 9월(1.6%)에 이어 2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1%대를 보인 것은 지난 2021년 2~3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 같은 1%대 물가상승률 유지에는 석유류 가격 하락이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석유류의 경우 1년 전 높았던 가격의 기저효과가 발생하며 -10.9%를 기록, 전체 물가를 0.46%포인트나 끌어내렸습니다.
 
특히 올 가을 김장대란이 현실화하자 정부는 비축 물량 공급,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배추를 중심으로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선 바 있는데요. 여기에 최근 일교차가 커지면서 김장에 적합한 시기가 도래하자 배추, 무 등 김장 주재료의 가격 안정세는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1포기당 2990원으로 1개월 전 9015원과 비교해 3분의 1 이상 하락했습니다. 또 같은 기간 무 가격은 1개당 3571원에서 2630원으로 1000원 가까이 낮아졌는데요.
 
배추 가격이 잡히면서 정부도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그동안 김장 재료 가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배추, 마늘, 고춧가루, 젓갈류 등 대부분 재료가 평년 수준으로 안정됐다"고 말했습니다.
 
먹거리 부문은 평균 상회…고물가 누적 피로감과 하방경직성도 한몫
 
이처럼 김장대란은 한풀 꺾이는 모양새지만 소비자들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가 수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전체 물가상승률은 1%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먹거리 부문의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채소, 과일, 해산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한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대비 1.6% 오르며 평균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지난달 채소류의 경우 15.6% 급등하며 2022년 10월 22.1% 이후 2년 만에 최대 오름폭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상추의 경우 21일 기준 적상추 소매가격은 100g에 1308원으로 1개월 전(2127원)보다는 800원가량 내려갔지만, 평년(981원)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또 같은 기간 시금치 역시 100g당 1024원으로 1개월 전(1547원)보다는 낮아졌지만, 역시 평년(744원)은 훌쩍 웃도는 수준입니다.
 
주부인 서모씨(37·여)는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을 가도 먹거리 가격이 월 단위로 너무 올라 살림살이가 빠듯할 지경이다. 특히 가공식품이야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도 있고 해서 소비를 줄이고 있지만, 요리에 쓰이는 신선식품은 그럴 수도 없다"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자신하고 있는데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미 고물가,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뿐 하락 반전하지 않는 점도 체감 물가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는 일부 품목은 오르고, 일부 품목은 내려 형성되는 지표이기 때문에 객관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소비자들 개개인이 구매하는 특정 품목이 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에, 체감 물가에 대한 느낌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 교수는 "중요한 점은 물가상승폭이 줄어든 것이지, 물가가 내린 것이 아니다. 이미 고물가 스트레스가 상당한 상황에 물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특히 물가는 내려야 할 상황에도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매우 큰 특징을 지닌다. 서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이 채소 코너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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