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일양약품, 음성 투자에 차입 부담…현금창출력도 '빨간불'
2026년까지 음성 부지에 2천억원 투입 예정
단기차입금 1천억원 돌파…보유 현금의 4배
수년 만에 현금창출력까지 '후퇴'
2024-11-29 06:00:00 2024-11-29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16: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충청북도 음성에서 새로운 시대를 구상하고 있는 일양약품(007570)이 차입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음성 부지에 약 2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할 예정인데, 이미 단기차입금이 현금성자산의 4배에 육박한 탓이다. 일양약품은 공장 신설과 증축 등의 진행이 순항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현금창출력까지 음수(-)로 전환해 자금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사진=일양약품)
 
눈덩이 차입금에…음성시대 차질 빚나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일양약품의 단기차입금이 10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단기차입금 961억원을 기록한 이후로 2022년(826억원)과 지난해(782억원)를 거쳐 줄어든 듯했지만,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유동성 자금을 훨씬 웃돈다는 점이다. 일양약품은 올해 3분기말 269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198억원)보다 늘긴 했지만,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유동비율로 봐도 상환 여력은 점점 줄고 있다. 일양약품의 지난해 말 유동비율은 91.59%였는데, 올해 3분기 말에는 89.44%까지 감소했다. 더욱이 적정 유동비율인 200% 초과를 준하지 못했다. 같은 시점 장기차입금도 100억원대에 도달했다. 지난 2022년까지 일양약품의 장기차입금은 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60억원의 장기차입금이 발생했고, 올해 3분기 말에는 147억원까지 불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음성 공장 신축 등의 완주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일양약품은 올해 2월 충북도와 의약품 제조공장 이전 신설 투자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협약을 통해 일양약품은 오는 2026년까지 총 1545억원을 투자해 의약품 제조공장과 본사를 경기 용인시에서 음성 용산 일반산업단지로 이전한다.
 
지난해 8월에는 음성 인플루엔자 백신공장 완제라인 증축도 결정했다. 이는 원가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진행했으며, 일양약품은 공시 시점부터 오는31일까지 약 1년4개월간 총 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투자 속도에 대해 밝히진 않았지만, 음성 의약품 생산 공장을 위해서만 약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쏟는 셈이다.
 
 
 
투자 기간 2년 남았는데…현금창출력까지 '후퇴'
 
중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를 구상한 상황에서 자금 여력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이 떠올랐다. 일양약품은 올해 수익성이 후퇴했고, 자체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까지 음수(-)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일양약품의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4.24%로, 지난해 동기(5.75%)와 비교해 약 1.5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력 자회사였던 통화일양의 지분을 청산하면서 점차 매출이 줄었고, 확대된 영업비용도 실적 악화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 일양약품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2603억원에 그친다. 지난해 동기(2663억원)와 비교해 감소했는데, 2022년(3838억원)을 기점으로 지난해(3705억원)부터 매출 규모가 줄고 있다.
 
수익성 악화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일양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으로 146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지난해 동기에는 25억원이 유입됐지만, 올해는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현금창출력이 음수로 돌아섰다.
 
주목할 점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시작점인 당기순손익은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일양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매출채권 증가(256억원)와 재고자산 증가(144억원) 등 자산·부채의 변동으로 인해 현금이 유출되면서 음수로 전환했다.
 
올해 음수를 유지한 투자활동현금흐름도 유동성 악화에 한몫했다. 일양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투자활동으로 282억원의 현금을 쏟았다. 구체적으로 유형자산 취득에 따라 238억원이 흘러나간 이유가 가장 크다.
 
통상 영업활동현금으로 돈을 벌고 있다면 음수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호재의 신호로 읽힌다. 다만, 일양약품은 영업활동과 재무활동에 대한 현금흐름은 음수를 띄고 있어, 외부자금을 빌려 적자를 매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단기차입금 394억원을 상환했지만, 다시 차입한 단기차입금이 675억원에 이르면서 순 단기차입금이 281억원 늘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투자 진행 상황과 현금창출력 개선 방향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자금 및 공사 진행은 순항 중이며, 투자금액 지출 등과 관련한 내용은 향후 공시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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