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확인" 금감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퇴 압박
검찰·금감원, 불법대출 은폐 등 입증 주력
피의자 전환 시 경영활동 중단 불가피
2024-11-29 06:00:00 2024-11-29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문성주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금융당국의 칼 끝이 임종룡 현 회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피의자로 전환되며 연임을 포기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이어 임 회장의 거취도 불투명해졌습니다. 
 
"임종룡 회장 재임 때도 불법대출"
 
우리은행 불법 대출 사건에 대해 최근 검찰이 임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금융당국도 임 회장의 책임에 대해 압박 수위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정례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에 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현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이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현 회장과 현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거래가 있었다"며 "불법이나 위규 비리에는 무관용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임 회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금감원도 해당 내용으로 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적발한 내용에 대한 조사를 위해 현장검사에 착수했고, 지난 8월 재검사에 이어 정기검사까지 연장해 사실상 5개월째 상시 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당초 지난 15일까지던 정기검사 기간을 22일까지 한 차례 연장했고, 오는 29일까지 두 번째 검사 기간을 늘렸습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우리은행 정기 검사를 통해 임 회장 재임 기간인 최근까지도 유사한 불법 대출이 상당수 실행된 것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이 원장은 "(부당대출 관련) 과연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됐는지, 내부통제가 왜 작동 안 했는지도 점검해 보려고 한다"며 "12월 중으로 이런 내용을 포함한 검사 결과를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회장 징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징계 관련해서는 지금 말할 수 있는 게 아예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회장도 피의자 전환 가능성
 
최근 우리금융 이사회는 불법 대출 사건의 피의자로 전환된 조 행장을 더 이상 신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과 검찰의 압박이 이사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조 행장은 행장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정당국과 시장의 눈은 임 회장의 거취에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 18일 임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금감원장이 현직 행장 뿐만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의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임 회장이 혐의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정기검사 기간에 두 차례나 연장조사 하는 것을 명분을 쌓기 위한 절차로 풀이됩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8월 한 방송에 출연해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보고를 제 때 안 한 것은 명확하게 누군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불법 대출이 일어난 시기는 2020년 4월부터 2024년 1월까지인데요. 손 전 회장의 임기는 2020년부터 2023년 2월까지이며 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했습니다. 임 회장 취임 뒤에도 약 1년 간 불법 대출이 계속 이어졌단 이야기입니다.
 
연임을 포기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이어 임종룡 회장까지 불법 대출 사건의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로, 임기 절반을 갓 지났을 뿐입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현직 회장 등 경영진의 조직적 은폐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만큼 임 회장도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임 회장 취임 이후 시작한 우리금융의 종합금융사로의 도약 비전은 당분간 고착상태에 빠질 전망입니다. 임 회장은 증권사를 인수해 10년 만에 우리투자증권을 재출범시켰고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SPA(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 심사 신청을 하는 등 일정을 진행해야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커지면서 인수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감원의 심사 이후 금융위원회 승인이 이뤄지는데 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임종룡 회장에 대한 거취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 사건과 관련해 임종룡 회장 등 우리금융 경영진의 책임론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10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임종룡 회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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