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부터 '표본 쿠킹'까지…명태균 '여론조작' 수법
'사각지대' 노린 '조작' 기술자…응답자 답변 '허위' 기재까지
2024-12-03 06:00:00 2024-12-03 08:45:09
[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미래한국연구소 '불법 여론조사'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는 그간 비공표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 개입을 비롯해 정치권에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비공표 여론조사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감시망의 '사각지대'라는 점을 활용, 수치를 입맛대로 조작해 온 건데요. 3일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꼽은 미래한국연구소의 조작 수법은 △가중치 뻥튀기(여론조사 마사지) △표본 뒤섞기(표본 쿠킹) △100% 조작 △방해 조사 등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①가중치 뻥튀기
 
여론조사가 애초 설정한 응답자 수를 채우지 못하면 '표본의 대표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론조사기관이 성별·연령·지역 등 계층별 응답률이 부족한 상태로 결과를 분석하면 여론 왜곡까지 발생합니다. 때문에 여론조사기관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 적용, 통계 보정 작업을 합니다.
 
공표용 여론조사의 경우 여심위가 가중값 배율을 최소 0.7배에서 최대 1.5배로 제한합니다. 성·연령·지역 등에 어떤 가중값을 배정하느냐에 따라 특정 정당·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도출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여심위는 과도한 가중값 배율이 적용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공표 여론조사'입니다. 여심위 관리 대상이 아닌 탓에 가중값 배율 규정이 없습니다. 앞서 지난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앞둔 시점에 명 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실무를 담당한 강혜경 씨에게 "젊은 애들 응답하는 계수를 올려서 홍준표 후보보다 윤석열(후보가)이 2%(포인트) 더 나오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는데요. 가중치 뻥튀기에 들어간 겁니다.
 
명 씨는 젊은 층 전체 표본 전체가 아니라,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젊은 세대의 표본만 인위적으로 키워 윤 후보가 앞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할 수 있는 비공표 여론조사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비공표 조사라고 할지라도, 가중치 조작을 통해 이른바 '대세몰이'에 활용한다면 조직과 돈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②표본 뒤섞기
 
여론조사에는 통신사로부터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받아 실시하는 방식이 있는데요. 여론조사 업체가 가상번호 사이에 자체적으로 구축해놓은 데이터베이스(DB)를 혼합시키면 조사 결과가 왜곡됩니다. 
 
이미 성향을 확인한 집단을 조사 대상에 추가하게 되면 원하는 결괏값을 얻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공직선거법상 자체 구축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건 금지돼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 지역의 한 여론조사업체는 자체 보유한 휴대전화 1523개를 강상번호 2만5000개와 뒤섞는 이른바 '표본 쿠킹' 조작 방식을 사용했다 적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명 씨는 과거 출판업을 하며 전화번호부와 대학동문 명부 등을 제작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연락처와 개인정보 등을 모아온 것으로 알려집니다. 명 씨는 축적된 자체 DB와 '당원 명부' 입수 등을 통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유리하게 표본 쿠킹에 나선 것으로 의심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③100% 조작 
 
명 씨는 가중치 뻥튀기와 표본 쿠킹이라는 방식을 넘어 '100% 허위' 조작까지 나섰습니다. 여론조사를 자체를 돌리지 않고 지지율을 마음대로 조작한 겁니다. 
 
지난 2022년 보궐선거를 앞둔 4월 2일 명 씨는 "이준석이가 공표 조사나 비공표라도 (김영선이) 누구야 김지수를 이기는 걸 가져와라 그러면 전략공천 줄게 이라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공천을 12일 앞둔 같은 해 4월 28일에는 명 씨가 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가라(가짜)로 만들어야 되는데…잘 들어요. 김영선 35%, 김지수가 23%, 장동화도 비슷하게. 그 다음에 김종양이는 17%"라고 합니다. 이때 명 씨는 표본과 조사 방식, 세대별 지지율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가짜 여론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두 사람의 통화 다음날 작성된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보고서에는 김영선 36.5%, 김지수 21.8%, 장동화 21%, 김종양 15.3%로 사실상 명 씨의 지시대로 후보 적합도가 명시됐습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도 없는 100% 허위 조작 보고서를 만든 건데요. 명 씨의 말대로라면 이 같은 허위 조작 보고서는 국민의힘 지도부에 전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비공표 여론조사라고 할지라도 사전 신고가 있었다면, 여심위가 확인을 했어야 할 부분들"이라며 "여심위에서 방치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④방해 조사
 
명 씨는 여론조사 자체 조작을 넘어 다른 여론조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여론 조작' 기술자이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11일 명 씨가 2020년 3월 한 총선 출마 예정자 측과 나눈 대화 녹음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녹음 파일에서 명 씨는 "그럼 그때 ARS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상대편 지지자가 누군지가 쫘악 뽑아져 나와요"라며 "그다음에 진짜 돌아가는 날, 진짜 돌아가는 날 우리도 조사하면 안 되나? 상대 지지자한테 전화하지? 그럼 글마는 (공식) 전화 받았다고 하겠지"라고 합니다. 
 
당이 당원에게 공식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당일에, 명 씨 측이 먼저 여론조사 전화를 걸면 해당 당원이 공식 여론조사에 응했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즉 사전에 파악한 명부를 토대로 상대편 지지자가 당 조사에 불응하도록 유도하는 셈입니다.
 
명 씨는 규제 사각지대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 당에서 그날 조사한 거 있어요? 우린 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 조사한 거 모르는데? 아니 대한항공 비행기 뜬다고 아시아나 비행기 뜨면 안 돼요?"라며 문제가 될 경우 '다른 여론조사'라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회피하는 수법을 사용한 겁니다.  
  
한동인·차철우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