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신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산으로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됩니다. 외국인이 이탈 중인 주식시장은 물론, 채권시장 약세, 환율 상승 등 알 수 없는 정국의 방향 속에 불확실성도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불확실성 이어지며 경제 악영향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되면서 이번주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펀더멘털이 약해진 상황에서 정국 불안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해진 데다 대외 신용도 저하도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정치 변수가 일단락되지 않는 한 증시 전망도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탄핵이 되지 않아) 외국인들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볼 것이기 때문에 매도세가 또 출현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코스피가 2250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원은 "한동훈 대표가 빠른 사임과 거국내각제를 거론한 만큼 사실상의 하야 단계인 것"이라며 "여야 간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있겠지만 결국은 (대통령이) 내려오는 방식으로 좁혀지고 해결 국면으로 들어서면 2500선은 회복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습니다.
대외 신용도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탄핵이 안 됐다는 것은 현 대통령이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전혀 예상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대외 신뢰도가 저하됐기 때문에 환율은 급등할 것이고, 국고채를 비롯한 회사채 등 채권금리가 오르며 기업 자금 조달 비용도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거 시장은 탄핵을 불확실성 제거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던 만큼 혼란한 정국이 지속될 경우 증시 완화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의 경우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3월12일 3거래일간 5.7% 하락했으나 이후 상승 반전했고, 가결 이후 5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3.64% 상승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엔 1개월간 약 3% 상승했습니다.
앞서 증권가에서도 탄핵 가결을 불확실성 제거의 전제 요건으로 지적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이슈 전개는 △조기 대선 시행 △정치적 교착 상태 장기화와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1번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당분간 환율이 오르면서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원화 약세 요인이 커서 원달러환율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수출입업체 모두 원유와 원자재 등을 비싸게 사올 수밖에 없어서 가격 경쟁력이나 이익 창출이 어려워지고, 그러면 국내 기업들 주가도 약해진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내달 20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시장에서 원화 절하폭이 커질 수 있단 우려마저 나옵니다.
계엄 사태 이후 약세로 돌아선 채권시장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앵새입니다. 모승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정치 불확실성 고조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크레딧 약세가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모 연구원은 "11월 국채 금리 급락세 속 크레딧 금리 매력도 약화된 데다 연말 북클로징, 회사채 발행시장도 휴지기에 진입했다"며 "기업 유동성 이슈, 지방 건설사 부도 등 불편한 재료가 산재해 크레딧 시장 내 관망 심리가 우세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펀더멘털 약화 작은 변수에도 휘청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펀더멘탈이 약화된 상황에서 악재가 노출된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5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악재들을 선반영해왔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유입됐다"며 "이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과 실망감, 극도로 위축된 투자심리와 수급으로 인해 현재 코스피는 작은 변수에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치적인 리스크의 파급력이 컸던 것은 우리 경제와 기업들이 마주한 이익 감소라는 위기 위에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주당순이익(EPS)은 9월 고점 대비 4.3%가량 하향조정된 후 진정되는 추세지만 아직 바닥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증시의 흐름을 주도하는 삼성전자도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반도체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에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 중국의 저가제품 밀어내기 등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이익 기대감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은 투자 심리에 관련되는 부분이라 보통 단기적인 영향으로 제한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큰 흐름으로 보면 반도체의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은행주 같은 경우에는 그나마 자본효율화로 주식 배당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 소각에 가장 적극적이어서 모멘텀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441.85)보다 13.69포인트(0.56%) 하락한 2428.16에 마감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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