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탄핵 정국'…최악 땐 '준예산'
포스트 계엄 정국에 예산심의 '올스톱'
야, 단독 감액예산안 처리 가능성↑
2024-12-08 15:59:38 2024-12-08 15:59:38
 
박정 국회 예결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3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가결시키고 있다. 국민의힘 예결위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무한 탄핵정국'이 도래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은 이미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겼는데요. 극한 대치도 모자라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까지 맞물리면서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져들 전망입니다. 예산안 논의도 무기된 상태인데요.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경방' 내년으로 연기…경제정책 '올스톱'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통상 이달 중하순쯤 내놓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내년 1월에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경방은 정부가 전망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고용·물가 등 전반적인 경제 여건과 내년에 실행할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을 담습니다. 그동안 경방은 기재부가 출범한 2008년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선 절차가 지연된 올해까지 역대 두 차례만 1월에 발표됐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까지만 해도 기재부는 이달 초나 하순쯤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그러나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면서 예산안 처리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입니다. 또 정부의 국정동력이 크게 약화돼, 경방 내용도 퇴색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옵니다. 더불어 정부가 추진하려던 주요 경제 법안과 정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준예산 편성 가능성이 거론되는데요. 준예산은 직전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해 전년도에 준해 편성하는 예산입니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국고채 이자를 비롯해 국민연금, 공무원 인건비, 아동수당 등 기본적인 예산 집행만 가능합니다. 반면 복지 재원이나 재량 지출은 집행 제한이 불가피해집니다. 때문에 여야는 준예산 시나리오에 선을 긋고 있지만, 탄핵정국이 계속된다면 준예산 처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국민촛불대행진'이 마무리 된 뒤 일부 시민이 남아 국회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R&D 지원책 '뒷전'…중장기 로드맵 '불투명'
 
앞서 야당은 정부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을 삭감한 감액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습니다. 이중 예비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삭감했는데요. 당초 정부안 4조1000억원에서 절반을 감액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최근 몇 년간 예비비 사용 금액이 2조원을 넘지 않았다기 때문에 과도하게 책정돼 있다며 삭감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공약인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삭감된 예산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10일까지 예산안 관련 합의를 요청했지만, 탄핵 정국으로 여야 논의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로 '야당의 예산 폭거'를 들었기 때문에 향후 여야의 합의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이로 인해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한 여야 간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반도체 기업의 통합 투자세액 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 상향하고 관련 기술 연구·개발(R&D) 시설 투자를 포함하는 정부 지원책도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추진하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 체코 원전 수출 등 정부의 산업 분야 핵심 국정 과제도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또 주주환원 증가액 법인세의 5% 세액공제, 배당 증가액의 저율 분리과세, 상속세 관련 최대주주할증평가 폐지 등 자산시장 '밸류업'(가치제고)을 위한 정책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졌는데요.
 
결국 대통령의 리더십 실종과 향후 정권 교체 변수까지 대두되면서 정부의 중장기적인 정책 로드맵 설계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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