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세웅 기자] 비상계엄 사태에 수사의 관건은 '어디까지 수사할 것인가'입니다. 현재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각각 수사에 착수한 탓에 수사 대상 특정도 제각각입니다. 법조계는 계엄령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자를 내란 방조범, 혹은 중요한 임무 종사자로 보고 수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및 국무위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형법은 내란의 죄를 범한 이들을 △우두머리 △폭동 모의 참여자, 지휘자 △중요한 임무 종사자 △단순히 폭동에 따르거나 단순 관여자 △내란 음모자 △내란 선동자로 나눕니다. 죄를 함께 지은 공범은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한 공동정범 △타인에게 범죄행위를 요청하는 교사범 △범죄를 방조한 종범으로 나눕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모두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다만 이들을 적극적으로 내란에 가담한 폭동 모의 참여자로 볼 것인지, 내란을 방조한 종범으로 볼 것인지는 입장이 나뉩니다.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말린 게 아니라면, 부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의한 방조범이 될 수 있다” 고 했습니다. 반면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한 방조가 아니라 중요한 임무 종사자로 볼 수 있으니 강하게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개최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인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입니다. 비상계엄 선포를 결정한 국무회의의 내용은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진 게 없습니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등에 파견된 병력·요원들에 대해서는 병사들까지 단순 관여자로 보고 수사할 수 있으나, 책임을 묻긴 힘들다고 봤습니다. 서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우나, 병사들이 시민들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 하는 모습들이 보여서 정상 참작이 될 것”이라며 “중대장 정도까지는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홍 교수는 “그들은 상관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불복종에 대해 형법상 책임을 지게 된다”며 “상명하복 관계가 전제된 게 군 집단이라 그들에게 죄책을 물어봤자 면책된다”고 봤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에 대한 의견은 나뉩니다. 추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의원들을 당사로 집결하게 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8명 만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서 교수는 “추 원내대표는 사전에 국회 계엄 해제 결의를 방해하라는 명령이나 약속을 받고, 이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며 “중요 임무 종사자로 보고 수사할 수 있다”고 봤다. 홍 교수는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책임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검찰이 (대화 내용을) 물어볼 수는 있겠다”라고만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독대에서 이면 계약을 했다 내란 은폐와 같은 죄목 구성 요건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과 만나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서로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상 입증하기 어려우나, 어떤 약속을 했고 한 대표가 약속 이행을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임세웅 기자 sw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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