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태원 유가족들 “하늘에서 진상규명 지켜봐주렴”
14일 국회 앞에 모여서 '윤석열 탄핵' 외쳐
"국민 위한 정부 아냐…하루빨리 사라져야"
"정부 방해 없이 진상 규명 할 수 있을 것"
2024-12-15 09:04:41 2024-12-15 09:38:04
[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윤석열은 우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어요. 탄핵은 아주 잘 된 일이죠."
 
"정부의 방해 없이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14일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습니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집회에 모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윤석열 탄핵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서로 얼싸 안고 기뻐했습니다.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입을 모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14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 휘날리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깃발.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은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주최 측은 여의도에 모인 탄핵 집회 참가자를 200만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많고 많은 시민들 사이, <뉴스토마토>의 시선은 보라색 목도리를 두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로 향했습니다. 표결에 앞서 만난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윤석열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고,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 관료들도 문제가 많았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잘못된 행태를 지적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상계엄이 발령된) 이 시점에서 비로소 국민들 앞에 자신들의 진면목을 드러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유가족이 '내란범 윤석열 체포하라'는 피켓과 '탄핵봉'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위원장은 "12·3 비상계엄을 보여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계엄군은 총칼을 들이대고 시민들을 겁박했다. 이태원 참사 때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완전히 외면하고 방치했었다. 두 상황은 완전히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 정부나 경찰이 하는 행태는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그날 밤 너무나 공포스러웠다"라고도 했습니다.
 
또 "윤석열씨 임기 동안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눈물을 쏟아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자신들의 과오를 단 한 번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무도한 행태를 보라. 국민들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국민들은 오히려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이 정부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씨는 (극우 유튜브를 보는 등)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에 매몰되어 이태원 참사를 두고 '특정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됐다', '마약에 연루됐다' 등의 입장을 취했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을 두고도 "특별법 때도 모두 퇴장해버리지 않았나. 이 정당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지 않다. 그동안 많이 분노했었는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그들의 진짜 모습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며 "국민의힘은 국민을 대의하고 헌법기관으로서 소명을 다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후 5시쯤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순간. (사진=뉴스토마토)
 
국회는 이날 오후 4시부터 본회의를 열고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오후 5시쯤 나왔습니다. 찬성 204표, 반대 85표, 무효 8표, 기권 3표로 가결이었습니다. 그 순간 국회 앞 대로에는 시민들의 환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모두가 기립해 때맞춰 흘러나온 K-POP에 맞춰 방방 뛰었습니다.
 
현장에 모여있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가결 순간 서로 얼싸 안고 기뻐했습니다. 일부는 안도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송진영씨는 "유가족으로서는 가장 바란 소원을 이룬 것 같다. 국민의 힘으로 탄핵을 이뤄냈다. 하늘에서 내린 준엄한 심판이다"라고 했습니다.
 
유가족들이 서로를 얼싸 안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강성준씨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책임자로부터) 사과도 받지 못했다. 윤석열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되돌려 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특조위가 구성돼 있으니 (책임자의) 죄가 낱낱이 밝혀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정혜문씨는 "너무 통쾌하다. 윤석열은 진작 탄핵해야 했다. 오늘은 축복된 날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159명이 압사를 당했는데 대통령은 무관심했다. 탄핵은 아주 잘 된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최봉선씨는 "늦었지만 다행이다. 윤석열은 유가족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냉정하게 대했다. 앞으로 특조위가 진상 규명을 더 잘해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가족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익명의 유가족은 "너무 기다렸던 순간이다. 눈물이 난다"며 "윤석열 정부가 잘못한 것을 이제 방해받지 않고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 거다. 첫 발을 뗐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다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내부자 고발부터 시작해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는 당사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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