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세웅 기자] 14일 서울지하철 광화문역 인근 동화면세점 앞.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주최한 ‘주사파 척결! 자유 대한민국 수호’ 집회에서는 "국민의힘 해체" 목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이날 국회에서 윤석열씨 탄핵안이 가결됐기 때문입니다. 윤씨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에,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가결에 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가만두지 않겠다”, “배신자”고 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부터 숭례문까지 약 1.3㎞의 도로를 가득 메웠습니다. 집회 참가자는 주최 쪽 추산 100만명입니다.
참가자들은 이미 낮부터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윤씨 탄핵에 찬성한다고 밝힌 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밟아버려야 한다'는 의미로 “한동훈 밟아”라는 구호를 계속 외쳤습니다. 참가자들은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 ‘주사파 척결’이 적힌 피켓을 치켜들거나,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밟아, 밟아”를 연호했습니다.
1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집회를 지켜보며 ‘탄핵 반대’ 피켓과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의힘이 윤씨를 배신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북 경주시에서 새벽 5시부터 준비해 집회에 참여했다는 김재규(72)씨는 “대통령을 보호해야 할 국민의힘 아니냐, 이건 틀린 행동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자신을 애국청년으로 소개한 장지만(38)씨는 “국민의힘은 의원이 아니라 당원의 것”이라며 “당원 생각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표결한다면 국민의힘 존재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집회 분위기는 오후 3시 55분쯤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국민의힘이 6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입니다. 무대에서는 “승리했다”는 발언이 터져 나왔습니다. 참가자들은 환호했습니다. 이후 국회에서 탄핵안 표결이 이어지는 동안 주최 측은 지난 12일 윤석열씨의 긴급 대국민 담화를 재생했습니다.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윤씨의 발언에 한 참가자는 연신 “아멘”을 외쳤습니다. 함성을 지르는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함성의 분위기는 국회에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이 통과하자 급격히 가라앉았습니다. 집회 무대에서 비상계엄은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던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힘이 빠진다”고 했습니다. 전광훈 대국본 의장은 “차라리 전화위복이다, 우리가 대통령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4일 서울지하철 광화문역 안, 윤석열씨 탄핵 소식을 알리는 신문이 찢겨져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참가자들 대부분은 탄핵 가결 소식이 알려진 직후 집회 현장을 떠났습니다. 집회 시작부터 자리를 지켰다는 문모(75)씨는 서울지하철 광화문역으로 향하며 “탄핵 찬성자가 워낙 많아 탄핵이 될 거라고는 생각했다”며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은 이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30대 자녀와 함께 집회에 나온 김모(73)씨는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남은 것은 윤석열이 일어나 싸우는 것이다, 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임세웅 기자 sw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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