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윤석열의 도박이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윤석열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14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앞다퉈 이 소식을 긴급 타전했습니다. 가결 소식과 함께 한국의 정국을 전망하는 기사를 각 사 홈페이지 상단에 걸어 놓고 비중 있게 보도했는데요. 특히 시민들의 표정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거리에 나와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시민들의 반응에 집중하며, 외신들은 우리나라 특유의 집회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탄핵 가결에 대해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권한대행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입장을 냈는데요. 현재의 정치적 위기가 신속하고 질서 있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14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앞다퉈 이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사진=외신 갈무리)
"리더십 공백 우려 여전, 정치적 불확실성 야기"
14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은 정치 경험이 없는 검사 출신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도박'으로 충격적 몰락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또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수사선상에 오른 만큼, 한국의 리더십 공백 리스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는데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시점에 발생한 리더십 공백 상태가 정치적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CNN방송>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도박'이 실패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도 자신의 정치적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계엄령 결정에 대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어 앞으로 몇 주 동안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윤석열 씨에 대해선 "검사 출신이자 보수 성향의 소방수였던 윤 씨의 낮은 지지율, 부인과 정치권 인사와 관련된 정치적 스캔들에 휩싸여 힘든 임기 2년을 보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한국이 이제 장기적인 불확실성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헌재의 탄핵 심리 동안 한국은 '마비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라고 보도하며 "이 같은 한국의 '리더십 공백'은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와 맞물려 발생한다"라고 짚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계엄령에 대한 리더십 공백의 잠재적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윤 씨 수사관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힌 한덕수 총리를 포함한 고위 내각 구성원들에 대한 다양한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외신들은 특히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며 한국의 시위 문화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AP통신>은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K-팝 응원봉을 흔들었다"며 "윤 씨를 지지하는 보수 단체도 평화로웠다"고 전했습니다. 영국<BBC>는 "집회 참가자들이 기발한 깃발로 창의력을 과시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집회를 축제처럼 즐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워싱턴포스트>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탄핵 집회의 군중은 일반적인 정치 시위보다 더 젊어졌다"며 "10대 후반과 20대의 젊은 한국인들은 케이팝 콘서트에서 야광봉을 가져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나이 든 한국인들과 함께 일어섰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러한 참여와 헌신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한 유망한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외신들은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며 한국의 시위 문화를 높이 평가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뻐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 정부 "철통 같은 한·미 동맹"…EU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
미국 정부도 한국이 민주적인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한 권한대행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윤 씨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을 비롯한 한국 정부와 함께 상호 이익 및 공동 가치 증진을 위한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중동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현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한국이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평화적으로 따르는 것을 목격했다"며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또한 "미국 국민은 한국 국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계속 함께할 것"이라며 "미국의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약속은 변함없고, 우리의 동맹은 철통같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도 별도로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미국은 한국, 한국 국민과 한국의 민주적인 절차 및 법치에 대한 지지를 재차 강조한다"면서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철통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유럽연합(EU) 또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주목하며 신속한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아니타 히퍼 EU 외교 안보담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윤 씨의 직무가 공식 정지된 지 약 50분 만에 입장문을 내고 "한국 헌법에 따라 현재의 정치적 위기가 신속하고 질서 있게 해결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은 EU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경우 표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중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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