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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9일 10: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철강산업에 또 다른 난관이 찾아왔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를 명분으로 더 강력한 중국산 철강 때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이 한층 더 어려워진다면 갈 곳 잃은 철강제품이 한국으로 밀려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국가들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며, 주요 철강 수입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철강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이후 급변할 국제 무역 질서 속에서 한국 철강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점검하고, 그 속에서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을 탐구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첫 날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철강업계가 불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업계는 멕시코 현지 전방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하기 때문에 당장 피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방산업이 고율의 관세에 위축된다면 철강산업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관세 장벽의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무역 장벽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이에 국내 철강업체들은 향후 관세 정책의 변화를 면밀히 모색하며 대안 찾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한국철강협회)
'관세 25%' 부과 예고에 멕시코 진출 철강업체 영향 불가피
내년 1월20일 출범을 앞둔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첫날에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철강업계는 관세 장벽이 세워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초 기지로 주목받았다. 이에 국내 포스코,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그룹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도 멕시코 현지에 공장이나 지사, 코일센터 등을 설립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나 가전제품 제조사에 철강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철강업체들이 멕시코 현지에서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에 철강 소재를 공급하면 제조사들이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그 외에 철강업체들이 철강 제품을 직접 미국에 수출하기도 하지만 비중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방산업의 수요에 힘입어 국내 철강업체들은 멕시코 현지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의 멕시코 현지 자동차용 아연도금강판 공장은 지난해 846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보다 매출(7868억원)이 7.6% 성장한 실적이다.
다만, 미국이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철강업계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철강은 수량이 적기 때문에 관세 부과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적다는 설명이다. 다만, 향후 전방 산업이 높은 관세의 영향을 받아 수요가 줄어든다면 간접적으로 영향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와의 무역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25% 관세를 꺼내들었고, 실제 부과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25% 관세 부과와 철강 수출량 제한(쿼터)을 두고 양자택일을 강요받은 경험이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을 뛰어넘고 고율의 관세를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떻게 될지 몰라’ 방법 찾는 철강업계
올해는 멕시코에 가해진 미국의 관세 장벽이 없기 때문에 수출량은 안정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바이든 행정부가 멕시코를 우회하는 중국산 철강에 대해서만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한국산임을 증명하고 관세 여파를 피해 갔다. 중국을 조준한 관세 정책은 국내 철강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한국에서 멕시코로 수출된 냉연강판은 45만3957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만6664톤)보다 1.6% 증가했다. 냉연강판은 자동차나 가전제품에 사용된다.
다만, 철강업계에서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예견하기 어렵고,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것이란 시각도 커지고 있다. 이에 앞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멕시코로의 철강 제품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도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미국 시장의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국을 더 다양하게 구성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매출 의존도가 높으면 관세 장벽 설치 이후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고,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근 등 내수 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분야보다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컬러강판 등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컬러강판은 올해 1~11월 수출량이 137만1966톤에 달해 올해 전체 수출량이 140만톤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시장이 부진해지자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전체 컬러강판 수출량은 136만8234톤이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장기적으로 현지에 진출한 철강사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 관세 정책의 궁극적인 타깃은 중국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국산 원료를 배제하는 등 원산지 관리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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