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년 초 '매운맛' 검사 결과를 예고하며 금융지주사에 대한 압박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의 거취 문제가 얽혀 있는
우리금융지주(316140) 등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한데요. 금감원은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등에 대해 합리적 결정을 방해하는 현재의 경영체계를 심각하게 보는 만큼 CEO 책임 소재도 엄격히 따져 물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달 중순 금융지주 검사 결과 발표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중순 발표될 예정인 우리금융과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의 금감원 검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금감원 수장이 직접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경고한 만큼 향후 금융지주·은행에 높은 수위의 제재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감원은 각 금융지주 및 은행에서 적발된 핵심 위규 사례를 선별하고, 금융사고·지배구조 등 공통 항목으로 분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금융지주 회사뿐만 아니라 각 정기검사에서 발견된 공통적이거나 새로운 위규 사안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금융·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이 수면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금감원은 부당대출이 현 경영진 체제까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등 현 경영진의 경영 자질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KB금융·국민은행의 경우 매번 적자를 기록 중인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의 투자 손실 건이 논란입니다. 금감원은 당시 KB금융 경영진이 현지 은행 부실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농협금융·은행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지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감원은 100억원대 배임 사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의 원인이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앙회가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인사·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요 금융지주사에 대한 검사 결과를 내달 초 연기한 것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은 달라진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1월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이복현 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탄핵 정국에도 여전한 서슬
대통령 탄핵 정국에도 금감원 수장의 영향력은 건재한 모습입니다. 국회의 탄핵 소추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 원장의 기세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봤지만 오히려 금감원장으로서 역할에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원칙대로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1월에 발표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은 달라진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금융지주에 공통된 우려 사항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밝힐 것"이라며 "최근 발생한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기회로 삼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이 원장은 검사권뿐만 아니라 공개적인 발언으로 금융권 분위기를 쥐락펴락했습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 체제에 마침표를 찍게 만든 것도 이 원장입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하고는 이 원장 취임 이후 KB·신한·우리·농협 등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교체됐습니다.
금감원 연말 정기 인사에서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금감원 부서장 보직자 75명 가운데 74명을 교체했는데요. 임기 만료까지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6월 임기 만료까지 거취에 변동 없이 '금융권 옥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 건과 관련한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로비를 오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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