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 사령탑이 새로 구축되면서 리딩뱅크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은행들은 안정보다 변화를 택하면서 '영업통 CEO'를 전진배치 했는데요.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어느 때보다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통제 사고로 추락한 고객 신뢰까지 회복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신한 빼고 행장 전부 교체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차기 KB국민은행장에 이환주 현 KB라이프생명 사장, 하나은행장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우리은행장에 정진완 현 부행장이 각각 내정됐습니다. 4대 은행 가운데 정상혁 현 신한은행장만이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은행권이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한 가운데 내년부터 리딩뱅크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KB금융지주가 리딩금융그룹 지위를 유지하고 것과 달리 지난 2021년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KB국민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2024년 1분기 3895억원, 2분기 1조5059억원, 3분기 2조617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4대 시중은행 중 3위에 그칩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는 비은행 계열사 대표로서 쌓아온 풍부한 역량을 바탕으로 비은행 부문과의 시너지 강화를 돌파구로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옛 부코핀은행) 정상화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KB뱅크 지분 일부를 인수하며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시장에 진출했지만 올 들어 10월까지 3조3785억 루피아(IDR), 약 3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4대 은행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임기 동안 리딩뱅크 탈환과 내부통제 강화, 글로벌 성과 등을 인정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신한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1028억원으로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정 행장의 과제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추격을 따돌리고 리딩뱅크를 유지하는 겁니다. 기준금리 인하 본격화에 따라 은행의 핵심 이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꺾이는 가운데 새 수익 모델을 발굴해야 합니다. 신한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정 행장의 취임 전에 비해 3배 가량 급증했는데요. 방카슈랑스, 신탁 사업 등에서 수수료이익을 확대한 덕분입니다.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사진= 각 사)
리스크 관리·수익성 발굴 '두 토끼'
지난 2022년과 2023년 연간 순익기준으로 리딩뱅크 자리에 오른 하나은행의 추격도 거셉니다. 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7808억원으로 1위 신한은행과 3000억원 차이에 불과합니다.
하나카드 대표이사를 거친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는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강화를 기반으로 수익성 발굴에 힘쓸 것으로 보입니다. 이 행장 후보는 하나카드 대표 재임기간 트래블로그 상품을 선보이며 하나카드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한 바 있습니다. 특히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트래블 카드 시장을 선점하면서 하나카드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조직쇄신과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고 정진완 우리은행장 최종후보를 낙점했습니다.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문제로 행장 교체가 이뤄진 만큼 그의 어깨가 무거울 전망입니다. 우리은행은 전임 회장의 부정대출 의혹과 관련해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재임시에도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이 취급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임원 규모를 줄이고 기존 부행장 중 절반 가량을 교체하며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선 상태입니다. 정 후보도 내부통제 방안에 대해 "제 은행생활 30년 중 26년을 영업점에서 생활했다"며 "직원들이 업무부담보다 내부통제를 우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 트럼프 대통령 재당선과 그에 따른 고환율 압박 등 대내외 악재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쇄신 이미지를 업고 등판한 새로운 은행장들이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발굴이라는 두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조1028억원으로 1위를 기록하며 '리딩뱅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순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그래프는 4대 시중은행 누적 당기순이익 순위 추이 (그래프=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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