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권한대행 권한싸움'…정국 '불안정성' 가중
유불리 따라 다른 '권한 행사' 범위 적용…탄핵 정족수도 이견
2024-12-26 17:41:02 2024-12-26 17:41:02
[뉴스토마토 한동인·유지웅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놓고 여야 대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여야는 한 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임명권에 대한 권한 행사 범위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데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은 물로 '조기 대선'까지 정국 불안정성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거부권도 임명권도 '입맛' 대로
 
26일 한 대행의 권한을 해석하는 여야 입장을 종합하면, 여당은 "거부권은 있지만 임명권은 없다"이고 야당은 "임명권은 있지만 거부권은 없다"입니다. 
 
여야 모두 한 대행의 권한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인데요. 
 
여권은 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면서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한 대행에게 임명권이 없다고 주장한 국민의힘은 공석인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은 임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윤석열 씨의 탄핵 심판 지연을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을 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 겁니다.
 
이는 '쌍특검법'은 막아서면서도 탄핵 심판을 지연시켜 조기 대선을 늦추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또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제기해 탄핵 심판 자체를 '무효화'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자 여당은 또다시 유불리 판단에 나섰습니다. 당초 여당은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헌법소원은 물론 권한쟁의 심판까지 청구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명확하게 미루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적 의미가 크게 없다"며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반면 야당은 "청소 대행은 청소가 본분이며 거부권 행사는 월권"이라며 한 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를 제한적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는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관 3인은 국회 몫 추천 인사인만큼 한 대행의 권한 행사는 형식적이라는 겁니다. 
 
이후 민주당은 "(한 대행이)탄핵심판을 수행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국회가 헌법에 따라 추천할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하게 했다"며 곧바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여야가 한 대행의 '적극적' 권한 행사와 '소극적' 권한 행사의 범위에 대해 다르게 판단한 겁니다.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겪으면서 법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의 불안정성은 탄핵 심판 결과는 물론 조기 대선 이후까지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그는 "현재의 상황들은 민심의 흐름에 따라 선례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 대행은 물론 국민의힘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덕수 탄핵도 '경우의 수'
 
여야는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 의결정족수'를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기준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반면 민주당은 국무총리 기준으로 재적의원 과반수(151명)만 동의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논란은 점입가경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3일 김한규 민주당 의원에게 "한 대행이 12·3 내란사태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탄핵한다면, 의결정족수는 151명"이라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점에 대해선 학계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는 달랐습니다. "권한대행자가 탄핵 대상인 경우, 의결정족수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며 한발 물러선 겁니다.
 
입법조사처는 "'대다수 헌법학자'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총리 직무와 관련한 사유로, 탄핵될 땐 일반정족수(151명)에 의해 탄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가중정족수(200명)의 적용을 받는다는 견해가 보도된 적 있다"며 반대 의견도 적시했습니다.
 
법조계에선 민주당이 주장한 '과반 찬성' 기준에 더 무게를 둡니다. 그러나 명시적인 법 해석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씨에 이어 한 대행 탄핵심판에도 '지연 전략'을 펼 경우, 헌법재판소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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