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23일 만에 '사과 검토'…도로 친윤당 '한계'
사과해도 '탄핵 반대' 모순…친윤 '투톱' 수습에 의문
2024-12-26 15:22:30 2024-12-26 15:24:4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씨의 '12·3 비상계엄' 선포 3주가 지나서야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하면 그때서야 공식 사과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건데요. '탄핵 정국'에도 친윤(친윤석열)계가 다시 당을 장악하면서, 쇄신도 대안도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권영세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과도 '검토'만…진정성 '의심'
 
26일 여권에 따르면 권 비대위원장 지명자는 오는 30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임명 절차가 완료됩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물러난 지 약 2주 만입니다. 
 
현재 권 지명자는 최대한 공식 행보를 자제한 채 당 안정과 쇄신 방향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대신 비대위 출범과 함께 12·3 비상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많은 국민들께서 사과가 부족하다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바로 다시 한번 사과하는 행동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권 원내대표가 사과와 관련해서는 이미 언급한 부분이 있고, 새로운 비대위원장도 새롭게 출범하면 다양한 형태로 여러 고민을 하게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비상계엄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아직 당에서 정식으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23일이 지나서야 대국민 사과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혼란에 대한 사과보다는 당내 혼란 수습에 당력을 집중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친윤계는 친한(친한동훈)계 위주의 탄핵 찬성파를 색출하려했고, 한 전 대표를 끌어내렸습니다. 
 
또 당 원내대표에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을 선출했고, 당 수습과 안정을 책임질 비대위원장에도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 출신이자 공안 검사 출신인 권 비대위원장 지명자를 추인했습니다. 탄핵 반대에 앞장 서 온 친윤계가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라는 '투톱'을 모두 장악한 겁니다.
 
권 비대위원장 지명자는 비상계엄 선포 이틀 뒤인 지난 5일 밤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권성동 의원과 한남동 관저를 찾아 윤 씨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습니다. 하루 뒤인 6일에는 한 대표를 겨냥해 "탄핵에 가담한다면 보수 진영 전체의 존립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전 대표가 윤 씨에 대한 출당·제명 절차를 밟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비겁한 정치"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1호 당원인 윤석열 씨가 '내란 수괴' 피의자로 지목됐음에도 당의 책임을 방기한 셈인데요. 친윤계인 권 비대위원장 지명자가 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결정한다 해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당 의원들 다수가 탄핵 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때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한다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권 비대위원장 지명자가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면 당 수습과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최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역 가면 욕도 먹겠지만 각오하고 얼굴을 두껍게 다녀야 한다"고 발언해, 사과의 진정성 조차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권성동(앞줄 왼쪽)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대위 구성이 '가늠자'
 
권 지명자는 당의 첫 과제로 쇄신과 안정을 꼽았습니다. 그는 비대위원장 지명 직후 "당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쇄신이 이뤄질 수 없다"며 "안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의 단합이다. 단합이 안 돼 당이 안정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당을 바꿀 수가 있겠나"고 밝혔습니다. 
 
결국 비대위 구성이 당 쇄신의 첫 번째 가늠자가 될 수밖에 없는 건데요. 비대위는 최대 15명 이내로 구성됩니다. 때문에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을 피해가려면 '통합형 비대위'를 꾸릴 수밖에 없습니다.
 
권 원내대표도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해 "지금 친윤, 친한을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당은 지금 완전히 최악이고 비상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마당에 계파는 무의미하다"며 "단일대오가 돼야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통합형 비대위를 꾸리려 했다면 애초에 '계엄 해제 결의안'에 참여했던 의원 중에서 비대위원장이 나왔어야 한다고 비판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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