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산업의 기본법 틀이 마침내 마련됐습니다. AI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관련 법안을 제정한 국가가 됐는데요. 다만 아직은 법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공지능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대안)이 재석 264인, 찬성 260인, 반대 1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AI 기본법은 2020년 7월 국회에서 법안이 처음 발의된 후 4년 넘게 다양한 수렴 과정을 거친 끝에 지난 26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AI 기본법 시행 전까지 하위법령, 시행령 등으로 놓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AI기본법 중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고영향 AI'의 모호성인데요. AI 기본법은 고영향 AI를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영향 AI 또는 생성형 AI 제공자는 해당 서비스가 AI에 기반해 운용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사전 고지해야 하고 보호 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고영향 AI가 무엇인지 명확히 언급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고영향 AI는 '보건의료기본법', '의료기기법', '교통안전법'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여지도 있는데요. 이처럼 AI 기술은 기존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므로 고영향 AI에 대한 해석이 보다 구체화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본지와 통화에서 "고영향 AI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와 범위를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을 빨리 내서 산업게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라며 "추후 정부가 법적 해석의 여지를 좁히지 않으면 고영향 AI로 분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 단순 민원만으로 정부가 사실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AI기본법 제40조 2항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AI사업자의 사무소 및 사업장에 출입해 장부·서류, 그 밖의 자료나 물건을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과기부는 행정조사의 기본법인 '행정조사기본법'을 반영한 일반적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학습에 사용된 누적 연산량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인 AI 시스템의 경우 AI 안전성 확보 이행 의무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업계는 과도한 행정조사가 이뤄질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AI 기본법 제정에 따른 기대감도 높은데요. AI 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AI R&D, 학습용 데이터, AI데이터세터 등 AI 기술 및 산업의 진흥 토대가 만들어지고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도 "AI기본법 제정은 끝이 아닌 시작이며, 현장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하위법령 제정 등 각종 산업 지원 시책 수립을 위해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학계도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입장을 내비칩니다. 최경진 교수는 "지금과 같은 시기 AI 기본법이 제정되면 정책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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