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소상공인 대출금리 올린 5대 은행 '상생금융 무색'
기준금리 2회 인하에도 대출금리 인상
고신용자보다 금리 오름폭 더 크기도
2025-01-03 06:00:00 2025-01-03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국내 대형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소상공인(개인사업자)의 대출금리를 되레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보다 저신용 개인사업자의 대출금리를 더 올린 은행들도 있는데요. 연체 위기에 놓인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이자부담 경감 등을 지원하는 '상생금융' 정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1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는 연 5.73%로 지난 6월 5.48% 대비 0.25%포인트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전인 9월까지만 해도 평균금리는 하락세였으나, 10월 들어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은행은 가산금리를 거듭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5대 은행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매달 올라 지난 6월 연 3.98%에서 지난 11월 연 4.19%로 0.21%포인트 올랐습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조달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되는데,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와 달리 은행이 경영 전략 등에 따라 조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신용 개인사업자의 대출금리가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입니다. 같은 기간 고신용(1~3등급)과 저신용(7~10등급) 개인사업자 대출금리 인상폭은 각각 0.22%포인트, 0.39%포인트로 나타났습니다. 하나은행은 고신용 개인사업자의 대출금리 오름폭이 0.08%포인트로 저신용자의 대출금리 오름폭 0.70%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은행은 고신용자의 대출금리 오름폭이 저신용자보다 1%포인트 가량 높았습니다.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1월 대비로는 0.29%포인트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신용자 금리는 5.56%에서 5.37%로, 고신용자 금리는 10.71%에서 10.41%로 내려갔는데요. 다만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은 고신용자 대출금리가 0.03%포인트 내려간 반면 저신용자 대출금리는 0.24%포인트 올랐습니다. 우리은행은 저신용자의 대출금리 오름폭이 더 컸습니다. 
 
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높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금리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 위험이 높은 저신용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규 대출 취급은 보수적으로 관리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70%까지 치솟아,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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