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신라면세점, 새해부터 영구채 90억원 조달
운영자금 목적 신종자본증권 발행
지난해 400억원 유상증자 단행
부채비율 6000%대…관건은 실적 반등
2025-01-03 17:02:56 2025-01-03 17:26:51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이파크몰 전경. HDC신라면세점이 운영하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아이파크몰 3~5층에 위치해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HDC신라면세점이 새해부터 자금 수혈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재무 구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몸집을 줄이기도 했지만, 면세업계 불황에 실적 회복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2일 사모 시장을 통해 운영자금 목적의 신종자본증권 90억원을 발행했습니다. 만기일은 오는 2055년 1월 2일로, 표면이율은 6.5%입니다.
 
지난해에도 HDC신라면세점은 총 4회, 6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이율은 6.5~6.9%로 모두 6%가 넘습니다. 자금용도가 따로 나와 있지 않은 2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지난해 11월 15일 발행)을 제외한 나머지 450억원의 용도는 차환입니다.
 
채권 발행에 모자라 지난해 10월에는 400억원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HDC신라면세점은 호텔신라와 HDC그룹이 지분 50%씩을 보유한 합작법인입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죠. 두 회사는 법인 설립 이후 9년 만에 각 200억원을 출자해 해당 유상증자에 참여했습니다.
 
이처럼 계속된 자금 수혈은 코로나 엔데믹 선언 이후에도 좀처럼 면세점 시장 반등세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면세업계 큰손으로 통했던 중국 단체관광객 감소와 더불어 관광 패턴 변화로 과거 대비 면세점을 찾는 발길은 줄었습니다.
 
실적은 곤두박질쳤습니다. HDC신라면세점은 2019년 연결 기준 매출 7694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듬해 코로나 발생으로 매출(3778억원)이 반토막 났습니다. 2023년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보다 낮은 2157억원을 나타냈습니다.
 
적자 전환한 2020년부터 4년 연속 영업손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274억원 △2021년 380억원 △2022년 292억원 △2023년 2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또 2023년 순손실은 310억원으로 3년 연속 300억원대 순손실을 보였습니다.
 
적자 지속에 결손금은 2020년 325억원에서 2023년 말 기준 1310억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6327%에 달합니다. 자본금은 800억원인데 반해 자본총계는 약 44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입니다.
 
HDC신라면세점이 신종자본증권을 계속 발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영구채의 일종인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안팎으로 긴 데다 이자를 지급해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됨에 따라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임시방편'으로 활용됩니다. 또한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기도 했죠.
 
재무구조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적 개선 없이는 이 같은 수렁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정국 혼란까지 겹쳐 당장 퇴로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HDC신라면세점이 올해 특허 종료 시기에 맞춰 특허권을 반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여행객의 소비 여력은 줄고 국내 고객들은 고환율에 면세점 쇼핑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업계 전반이 실적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마땅한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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