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대통령 경호처 수뇌부 압박에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경호처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성훈 차장에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이광우 경호본부장에도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국방부와 경호처에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문도 보냈습니다. 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 수뇌부의 발을 묶는 건 윤석열씨 체포영장 집행의 1차 저지선이 경호처이기 때문입니다. 경호처 내부에서도 윤씨의 경호할 명분을 놓고 직원들이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공수처와 경찰은 강경파를 제압해 보다 수월하게 윤씨를 잡겠다는 전략입니다. 다만 경호처가 안에서 무너질 것을 기대하고 기다렸다가는 1차 체포영장 집행 때처럼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더 치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 11일 촬영한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경호처의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만큼 체포영장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김성훈 차장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신청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경호처 내에서 김건희씨의 신임을 받는 '김건희 라인'으로 꼽히며, 강경파로도 분류됩니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윤석열씨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했으나 경호처와 군부대 등의 저지로 실패한 바 있습니다. 이에 경찰은 당시 영장 집행을 방해한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 차장, 이 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김신 가족부장 등 5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상태입니다.
공수처 역시 경호처 압박에 나섰습니다. 공수처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젯밤(12일) 국방부, 경호처에 체포영장 등 집행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알렸습니다.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처벌하겠다라는 경고입니다. 공수처는 적법한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공무원 자격 상실 및 재임용 제한 등 불이익을 고지했습니다.
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를 압박하는 건 강경파만 남은 경호처 수뇌부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윤씨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경호처를 우회해 공략하는 전략입니다. 일각에선 이런 압박에 윤씨 체포영장 집행의 막바지 단계라고 분석합니다. 이르면 14일 윤씨 체포를 재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은 지 일주일을 맞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대테러과 소속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순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제 경호처 내부에선 '윤씨를 지킬 명분이 약하다'며 동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보를 받았다. 경호처 과장·부장단 회의에서 차장과 본부장은 사퇴하라는 요구가 나왔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경호처 안에서는 강경파로 꼽히는 김 차장을 중심으로 윤씨를 지키고 있고, 강경파가 체포되고 나면 1차 영장 집행 때와 같은 물리적 충돌이 없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법조계는 이미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한차례 실패한 사례가 있고, '경호처 수뇌부 발을 묶었다'는 게 곧장 윤씨 체포로 이어진다고 낙관해선 안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경호처가 관저 내부에 철조망과 대형버스 등을 겹겹이 세워 요새화한 점 △2차 체포영장 재발부 뒤로 하염없이 시간만 흐르면서 윤씨 측이 지속적인 여론전을 펼치는 점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 집결 현상이 두드러지는 점 등이 걸림돌로 지목됩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장고에 들어갔을 때 윤씨 측은 시간을 벌었다. 계속 윤씨 변호사들은 입장문을 내고 여론전을 했고, 실제로 여론조사 등 보면 보수 결집세가 뚜렷해지고 있지 않느냐"라며 "설령 윤씨가 체포되더라도 '공수처 수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공수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 체포가 가장 우선이지만 체포된 이후도 만만치는 않다. 상당한 골치를 앓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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